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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gweon Yim Jan 04. 2022

돌탑 속에 담긴 혼령들의 땅 , 시유스타니

70대에 홀로 나선 중남미 사진 여행기 43

우마요 호숫가의 석탑들


관광자료에 간단하게 적혀 있는 시유스타니(Sillustani) 유적은 푸노에서 북서쪽으로 약 15킬로미터 떨어진 우마요라는 호수 기슭에 있다. 우로스 가는 일정이 계획대로 되지 않아 시유스타니를 먼저 찾기로 했다. 점심 후 오후에 가게 되었는데 이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아름다운 우마요 호수의 석양 풍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차장에서 얼마 안가 마주한 언덕 위에는 위가 벌어진 원통형의 탑이 하늘을 배경으로 우뚝 서 있었다. 그것은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멕시코에서도, 또 페루에 도착한 후에도 보지 못하던 풍경이었다. 탑의 표면은 흰색과 짙은 갈색의 돌을 직육면체로 잘 다듬어 쌓아 올린 것인데 어둡고 밝은 돌의 색깔이 마치 직사각형을 이용한 모자이크 작품 같았다.   

언덕 아래서 올려 본 원통형 석탑 출파


이런 형태의 석탑들을 현지에서는 출파라고 불렀다. 출파들이 서 있는 언덕 정상부 넓은 평지는 사방이 탁 트여 호수와 얕은 구릉으로 이루어진 시원한 풍경이 전개되었다. 정상부에서 내려오는 경사가 급한 부분은 석축을 쌓아 마무리하였는데 이런 석축들은 많이 무너져 지금은 본래 형태가 보이는 곳이 그리 많지 않았다.


유적 전체는 편평한 대지로 하나의 영역을 이루고 있었다. 호수의 동북쪽에 치우친 곳에서 서쪽으로 호수를 향해 돌출된 반도에 위치한다. 영역 안에는 위에 말한 잘 다듬어진 직육면체의 돌을 쌓아 올린 것과 자연석을 쌓아 올린 것, 두 종류의 출파가 있다. 직육면체의 돌을 쌓아 올린 것에는 위가 벌어진 원형 탑과 무너져 높이는 알 수 없으나 장방형으로 네 벽을 쌓은 것도 보인다. 또 자연석을 쌓은 것들은 대부분 돌과 진흙을 층층이 겹쳐서 쌓아 올렸는데 내부는 원형의 석실로 되어 있다. 아래쪽에 안으로 들어가는 네모난 문이 있다.

잡석을 쌓은 출파로 잡석 사이를 석회로 메워 벽을 만들었다. 오른쪽은 내부의 매장 상태. 복제품을 만들어 넣은 것이다.


내부에서 출토된 인골들로 인해 이 출파들은 모두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15세기에 잉카 제국에 의해 정복된 아이마라족의 것이라고 하며 여러 개의 출파가 그룹을 이루고 있는 것은 가족묘원이 아닌가 추정된다고 한다. 이러한 무덤의 형태는  지금까지 어디에서도 보지 못하던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다.  


출파의 돌벽을 오르는 도마뱀


유적으로 올라가면서 처음 만나는 대형 출파는 유적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알려진 것이다. 출파는 한쪽이 무너져 속이 들여다 보이는데 현재는 잡석으로 차 있으나 원래는 속이 비어 있었고 아래 위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고 한다. 출파의 맨 아래에는 출입구로 보이는 사각형의 문이 나 있다.


출파의 석벽 표면에 새겨진 도마뱀이 벽면을 기어오르는 듯 보인다.

이 출파의 표면에는 도마뱀 한 마리를 양각으로  새겼는데 돌의 바탕색이 짙은 갈색이고 크기가 작아서 미리 알고 찾아보지 않으면 알아보기 어렵다.  


도마뱀이나 뱀은 세계 어느 곳이나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선사시대부터의 신격이다. 특히 도마뱀은 변화나 영적인 능력 또는 부활을 의미한다고 하며 부활을 상징하는 것은 꼬리의 재생 기능에서 나온 것으로 가장 중요한 상징적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무덤 속의 죽은 자의 혼령은 도마뱀의 잘라진 꼬리처럼 육신을 탑에 가두고 새로운 꼬리로 다시 태어나 하늘나라로 올라간 것일까?

유적지에서 양을 치는 양치기 여성


출파라고 부르는 돌탑은 평면형이 원형과 사각형으로 나누어지는데 원형은 다시 자연석을 둥글게 쌓아 올린 것과 육면체로 잘 다듬은 석재를 높이 쌓아 올려 높은 원형 석탑 모양으로 된 것이 있다. 이 높은 원형 석탑형은 위가 넓고 밑이 좁아 멀리서 보면 마치 올림픽 성화대를 연상하게 한다.


처음 이곳에는 모두 95개의 출파가 있었다고 하는데 그중 원형 출파가 80개 이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돌을 둥글게 원형으로 돌린 환상열석도 다섯 개 있었다는데 나는 유적 전체를 자세히 둘러볼 시간이 없어 일부의 유구 만을 돌아볼 수밖에 없었다.

 

나지막한 판석을 오른쪽 언덕에 의지해 반원형으로 돌려세우고 중심에 작은 선돌을 세운 환상열석 유적. 이 반원형의 판석 열은 밖의 쓰러진 돌들로 보아 2중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내가 직접 본 반원형의 열석 유적은 돌을 나지막한 판석 형태로 잘라 거의 수직으로 된 언덕의 사면에 의지해 반원형으로 돌려세웠고 중심에는 작은 선돌을 세웠다. 이 반원형의 판석열 밖에서도 같은 형태의 돌들을 볼 수 있는데 반원형의 열석은 2중으로 되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


자연석을 진흙과 함께 층층이 원형으로 쌓아 올린 출파는 높이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위가 벌어진 모양이 앞에 설명한 잘 다듬은 육면체의 돌을 높이 쌓아 올린 석탑형 출파와 비슷하다. 이런 형태의 유사성은 이들이 시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같은 사람들에 의한 같은 문화의 소산일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유적의 원경. 요즘 조성한 경작지의 돌담들이 유적과 구분되지 외부에서 온 구경꾼에게는 구별되지 않는다.
우마요 호수를 내려다보는 높고 낮은 출파들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에서 올라올 때 보지 못했던  바위가 하나 있었다.  바위 표면에는 소용돌이 무늬의 암각화가 있었는데 그 아래쪽으로도 무언가 형태가 보였으나 무언지 알 수는 없었다.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것은 선사시대의 그림이나 역사시대의 문자를 가리지 않고 신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인간의 뜻을 표현한 것이라 생각한다.

 

유적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턱에 놓인 바위에 나선형 암각화가 새겨져 있다.
유적을 돌아보고 현장을 떠날 무렵 우마요 호수에 비친 석양의 빛내림

#시유스타니 #  sillustani #ancienttombofperu #우마요호수 #lakeumayo #푸노 #pu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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