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의 길동무, 물새와 산새 18
텅 빈 하늘에 맹금류에 속하는 새 한 마리가 떠 있는 것을 보면 그 크기가 아주 작을지라도 넓은 공간에 긴장감이 서린다. 그 긴장감으로 인해 새가 아무리 작은 점에 불과해도 하늘은 그것 만으로도 꽉찬 느낌이 든다.
말똥가리는 내가 다니는 길에서 만나는 거의 유일한 맹금류에 속한다.
몸집은 비록 작으나 땅 위의 작은 동물들은 긴장감에 싸일 것이다. 녀석은 하늘을 천천히 선회하다가 한 지점에 못 박힌 듯 정지하여 땅을 내려다보다가 맹렬한 속도로 하강한다. 나는 운이 나쁜지 말똥가리가 작은 쥐 한 마리라도 발에 낚아챈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하였다.
말똥가리가 나뭇가지 끝에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귀엽게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감히 어찌 할 수 없는 품위가 서려 있다. 그런데 어느날 강변 작은 버드나무 위에 까치와 함께 자리를 나누고 있는 말똥가리를 보고 이 새가 다른 종류의 작은 새들과도 잘 어울리는 편화로운 새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말똥가리는 수리과에 속하는 맹금류이다. 하늘에 떠 있는 것을 보면 그리 크게 보이지는 않지만 맹금류에서는 중형에 속한다고 한다. 몸 길이가 55센티미터 안팎이고 날개 길이가 120에서 140센티미터에 이른다고 하니 내가 평소 생각한 것보다는 큰 편이다.
주로 쥐같은 설치류나 개구리 등을 잡아먹고 자기보다 작은 새들도 잡아먹는다고 한다. 맹금류들은 육식을 하기 때문에 같은 조류에서도 자기보다 작은 새들도 잡아먹는다고 하는데 말똥가리 자신도 자기보다 큰 독수리 종류나 수리부엉이 같은 새들의 먹이가 된다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