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부지, 어제 뭐 하셨어요?
나? 도봉산 갔다 왔다.
배낭 메고요?
그럼 배낭 메고 가지.
산에 그냥 가면 안 돼.
비상시를 대비해서 챙겨 가야지.
도시락도 싸 가셨어요?
아니, 내려와서 먹었다.
산에서는 못 먹어.
아하, 등산하시고
밥 드시고, 목욕도 하시고?
(끄덕끄덕) 거기 지하 암반수라서 좋아.
엄마도 거기 대중탕 같이 가시면 좋은데
그러게. 근데 어디 나가려고를 안 해.
엄마는 지하철 오래 타는 게 힘든가 봐요.
뭐 오래 타. 그냥 앉아 있으면 쭉 가는데... 금방이야.
아부지, 혼자 그렇게 등산 다니다 미끄러지면 어쩐데?
이제 좀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다, 혼자 가는 게 편해. 괜히 누구 같이 가자 했다가 사고라도 나면, 아휴. 그거 처리하는 게 더 골치 아파. 혼자 갔다 오는 게 맘이 편해. 근데,
뭐 이제는 같이 가자 할 사람도 없다..."
아부지는 느닷없이 들이닥치는 친구분들의 부고를 받을 때마다 하염없이 우셨다. 어제도 어디서 만나자 약속을 했는데 다음날 그 사람이 없어져 버리곤 했다.
그 울적함을 흘려보내시려 아부지는 도봉산 등산을 가신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부지와 스몰토크를 하며 발걸음을 맞춰본다.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멀리 구름도 발맞춰 흘러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