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무니의 침묵

by 쑤기노트

어무니의 말이 다 맞다고 받아들이기에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불편함이 있다고 나는 늘 생각했었다.
“그렇지 않을 텐데.”
나의 반응은 언제나 질투라는 감정으로 처리 돼버리니 뭐라 덧붙이기가 피곤했던 시간들이었다.

셋째가 사업자등록을 한 뒤 아무리 대0동 학원가라고 해도 1,2년 동안 뚜렷한 성장을 하기는 어려웠을 텐데, 어느새 포르셰를 두 대나 보유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2년 만에?” 내가 묻자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걔가 이혼을 해서 그렇지, 너보다 똑똑해. 학원이 잘된대. 놀러 다니기 좋아하는데 돈 버느라 바빠”


그러던 어느 날

셋째의 큰아들이 군 입대 전에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마치 오래 닫아두었던 상자의 봉인을 풀듯이.

“학원 강사였는데… 엄마랑 같이 학원 차리고 나서 우리 집에 들어와 동거 중이에요. 3년째요.(...) 안방에 들어가는 뒷모습을 볼 때마다 제 마음이 어떤지 아세요?”

나는 사생활 진위여부를 따질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셋째가 "엄마가 뭘 알겠어. 이렇게 얘기하고 넘어가면 돼" 라던 태도가 떠올랐다.

어무니에게서 비롯된 자금을 셋째는 "나는 나만 생각할 거야"에 투자했음을 알게 되었다.

셋째의 말이 과잉일 수도 있다는 걸 어무니는 전혀 몰랐을까? 차라리 진짜였으면 하는 마음이었을까?
이제부터라도 진짜처럼 굴러가길 바랐던 걸까?

어머니는 셋째에게 확인하기를 피한다.
“그래도 잘 되겠지. 이혼할 때 애들은 지 아빠한테 줘버리라니까 흐음... ”


벌어진 틈을 테이프로 붙여두고 묻지 않음으로써 자신을 붙잡고 있는 어무니에게 나는 거리감을 느꼈다.

"본인이 티칭 능력이 없는데 월급이 많다는 게 이상하다고 했잖아요"
"티칭이 뭔데"
"애들을 가르쳐야 한다고요. 학원인데 그래야 돈을 버는 게 상식적이잖아요. 걔는 엄마한테 받은 돈으로 포장만 하고 있는 거라고~"

그 순간부터

어무니에게 셋째는 당신 자식이었고, 조카는 전 사위의 자식이었으며, 나는 옆집 사는 아낙네가 되어있었다.

어무니의 침묵이 언제까지 셋째를 보호할 수 있을까?
이미 봉인이 풀린 상자 속을 모두가 들여다보았고, 그걸 모르는 셋째는 오늘도 양곰탕을 포장배달시켰다.


" 엄마 내가 먹어보니 맛있어서 보냈어. 애들 대꾸 갈라 했는데 학원이 바빠서 이번 주는 못 들리겠어"


전화통화를 하는 내내 어무니 표정은 아무 일 없는 듯했다.


'그렇게 흘러가면 자식들끼리 등 돌리게 만드는 건데...' 나는 씁쓸해졌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고 '보살'처럼 사는 게 '노년의 태도'인 걸까?


어무니의 마음도 안개 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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