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

by 신이나

한 학생이 진로상담을 신청했다.


-어문학 전공 3학년/ 3점대 초반 학점/ 자격증 없음/ 동아리 없음/ 카페 아르바이트 3개월

졸업 후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모르겠어요.”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모르겠어요.”

관심 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모르겠어요.”


자발적으로 상담을 신청한 학생이었지만 거의 모든 질문에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상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전화로 진행한 비대면 상담이었기에 학생의 얼굴 표정을 볼 수 없었다. 학생의 모르겠다는 답변이 어떤 느낌의 ‘모르겠다’인지 알 수 없었다.


방학 동안 했던 일을 말해달라고 했다. 학생은 한참 동안 말이 없다가 겨우 한마디 내뱉었다.


“그냥 놀았어요.”


실제 자신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는 학생들 대다수가 이 학생과 같은 대화의 패턴으로 말을 시작한다. 전공도 맞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것, 관심 있는 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도 뭔지 모르겠다는 학생이 예상외로 많다. 이런 학생들을 자주 만나다 보니 어느 순간 그들의 ‘모르겠다’라는 말이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때까지 선생님과 부모님이 원하는 정해진 길로 달려온 학생들은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해 본 경험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성인이 된 후 하루 24시간의 자유를 어떻게 계획해서 어떻게 보낼지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 하루아침에 쉽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그들이 주도적으로 유일하게 행동하는 건 온갖 종류의 자격증 공부이다. 막연히 취업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고 방학 동안 학원을 다니며 또는 온라인 강의를 들으며 책상에 앉아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이다. 공부를 제외하고 자신이 할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는 건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같은 학과 선후배를 잘 알지 못한다. 선후배가 모이는 행사가 없기도 하지만 있다고 해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학생활은 점점 개인주의화되어가고 있다. 같은 학과 선배의 취업동향을 내게 질문하는 것이 다반사다. 심지어 같은 학과 같은 학번 학생을 물어봐도 반이 다르면 잘 알지 못한다. 대학이라는 사회에 속해있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해야 경험할 수 있는 여러 대학생활들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 임원진 선출도 경선이 없어지는 추세이고 동아리 활동도 예전만큼 활발하지 않아 새로 생기는 동아리들 보다 인원과 활동이 없어 사라지는 동아리들이 훨씬 많아졌다. 관계망 속에서 겪은 경험들이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하는 지름길임을 그들은 알지 못한다. 가장 잘 알고 있어야 할 나 자신을 나 자신이 가장 모르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나는 나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 그 답을 찾아가는 것이 진로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사람 간의 대면 접촉이 절대적으로 줄어든 지금, 자신을 알아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과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기 위해 나는 다시 질문을 던진다.


“뭐하며 놀았는지 얘기해 줄래요?”

“그건 왜 하고 싶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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