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생긴 날

너무 늦게 찾은 이름

by 이랑

열한 살의 가을, 기적이 되기까지


세 번째 이야기


이름이 생긴 날
- 너무 늦게 찾은 이름




엄마는 내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입을 열 듯 말 듯
말을 몇 번이나
집어삼키는 것 같았다.

간신히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서는
심한 떨림이 느껴졌다.

숨을 죽이고 입술을 깨무는 그 모습에서
좋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음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엄마, 나 죽는데?
나 안 죽어. 걱정마”

이미 시뻘겋게 부은 두 눈이 흔들렸고,
꽉 깨문 입술에서는
금방이라도 피가 나올 것만 같았다.

나는 궁금했다.
내가 왜 이렇게 아픈건지.

아프다는 건 분명한데
이토록 아프게 만드는
병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고 싶었다.

.

그렇게,
내 병은 마침내
이름을 갖게 되었다.

‘가와사끼병’

하지만 그 이름은
내게 아무런 그림도 떠오르지 않는 병이었다.
마치 어른들만 아는 말 같았다.

가와사끼병은 주로
다섯 살 이하의 아이들에게서 발생하는
후천성 급성 혈관염이라고 했다.

병 자체의 위험도는 적지만,
관상동맥 합병증이 올 수 있어서
초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한 병.

문제는 내 병이 너무 늦게 발견되었다는 것이었다.

이미 병은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열한 살이었던 나는
국내에서 보고된 적 없는 희귀한 사례였다.

심혈관 조영술로 들여다본
나의 관상동맥은
이미 위태로운 상태였다.

항아리처럼 봉긋하게 확장되어 있었고,
이는 정상 혈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의미했다.

병의 이름도 모른 채로,
이미 합병증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의료진은
있는 그대로를 설명했다.

이대로 더 늘어나
관상동맥이 파열되는 경우,
혹은 동맥류 안에 혈전이 생겨
쪼그라들거나
피가 엉겨 막히는 경우에는
더 이상 손쓸 수 없다고.

그리고 조용히 덧붙였다.

생명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셔야 할 것 같다고.

엄마는
하늘이 무너짐을 느꼈다.

이미 한 번,
그런 하늘을
견뎌본 사람이었다.

.

병이 이름을 갖게되자
담당 교수님이 다시 배정되었다.

그러나 상황은 암담했다.
오히려 더 선명해진 것은
내 몸이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였다.

그리고 내 몸은,
그 사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더 이상
혼자 움직일 수도,
음식을 먹을 수도,
숨을 쉬는 일조차
버거워졌다.

그리고 결국,
소아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이야기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밤에 이어집니다.
당신의 밤이 식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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