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중환자실

숨이 머무는 자리

by 이랑

열한 살의 가을, 기적이 되기까지


네 번째 이야기


소아 중환자실
- 숨이 머무는 자리




소아 중환자실은
소아 병동 간호사실과
통유리로 연결된 구조였다.

언제든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위급한 순간,
바로 달려올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음식 섭취가 어려워진 나는
겨우 물과 수액으로 버텼다.
몸은 점점 더 말라가
뼈와 가죽만 남은 것처럼 보였다.

산소호흡기,
소변 주머니,
그리고 양팔에
주렁주렁 매달린 수액 줄들.

이제는 더 이상
꽂을 자리를 찾기 힘들 만큼
앙상해진 팔은
멍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슴에는 심전도 모니터가 붙어 있었고,
삑삑거리는 기계 소리는
밤낮없이 이어졌다.

그 소리 속에서 나는
반쯤 살아 있는 사람처럼
중환자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낮과 밤의 구분도 희미해졌다.
그저 그 자리에 놓인 채,
숨만 이어가고 있었다.

하염없이 잠이 쏟아졌다.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면
나만 바라보고 있는
엄마의 두 눈을 마주할 수 있었다.

혹시 내가
깨어나지 못할 잠을 잘까 봐
두려움에 떨고 있던 건 아닐까.

엄마는
단 한 시간이라도
마음 놓고 눈이나 붙였을까.

.


그 안에서
모든 부모들은 위태로웠고,
날카로웠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된 잠은커녕
잠깐의 휴식조차 쉽지 않은 그곳에서
온 신경은
아이의 숨 하나에만 매달려 있었다.

혹여 내가 잠깐 잠든 사이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눈을 감는 일조차
두려운 순간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모두가
한마음으로
하루하루 몸이 부서져 가면서도
내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

희귀한 케이스였던 나는
의료진들에게 ‘기록’의 대상이기도 했다.

어느 날이면
수첩과 카메라를 든 레지던트들이
우르르 병실로 들어왔다.

그들은 내 상태를 메모하고,
사진을 찍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 시선들이 동물원에 있는
원숭이를 바라보는 눈 같다고 느꼈다.

그 모든 시간을
엄마는 내 곁에서
홀로 견뎌내고 있었다.

.

수액 줄을 통해
페니실린 주사가 들어올 때마다
혈관 안쪽이 불에 타는 것처럼 아팠다.

멍투성이가 된 두 팔은
이미 혈관도 많이 상해 있었을 터.
어린 나는 그 고통이
조금이라도 덜하길 바라며
엄마에게 팔을 쓸어달라고 부탁했었다.

엄마는 나보다 더 아픈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내 팔을 조용히 쓸어주곤 했고,
나는 이를 악물고 눈물로 그 시간을 버텼다.


.

내 옆 침상에는 많은 아이들이 머물다 떠났다.
중환자실은 죽음을 자주 마주하는 곳이었다.

어느 날은
눈이 내린 것처럼
하얗고 예쁜 여동생이 들어왔다.

뽀얀 피부만큼이나
몸 곳곳에 남은 얼룩덜룩한 파란 멍들이
유난히 선명해보였다.

“언니 안녕. 언니는 어디가 아파?
난 백혈병이래.”

백설공주처럼 예뻤던 그 아이는
내 옆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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