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의 사춘기

2-2. 그의 사춘기

by 이랑Yirang

평범한 일반 청소년들과는 달리 마크의 사춘기는 데뷔 후에 시작됐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한창 청소년일 때는 데뷔라는 목표로 연습에만 매진했기 때문이다. 그가 직접 연습생 땐 사춘기가 올 “시간이 없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소속사에서는 SM ROOKIES 라는 연습생 공개 제도가 있었는데, 마크 역시 데뷔 전에 루키즈로 공개되어 여러 활동과 공연을 했었다. 꽉 짜여진 스케줄과 외부 환경의 주어진 틀 속에서 움직이며 자아나 내면 탐색을 하기엔 여유나 틈이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의 내향적인 성격으로 보나, 다른 멤버와 연습실 벽에 서서 2시간 넘게 진지하게 대화를 했다는 걸 볼 때, 그는 분명 연습생 시절에도 끊임없이 고민과 사유는 했을 것이다. 다만 그게 크게 드러나 “사춘기”라고 부를 만큼이 아니었을 뿐이지 아예 없진 않았을 것이다. 후에 컨텐츠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이야기를 할 때 , 그는 “가끔은 연습보다 그런 대화가 더 중요한 법”이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 분명 자신이 나아갈 길, 고민들에 대해 생각하고, 같은 처지인 다른 연습생 (지금은 멤버)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당장의 데뷔였을 것이기에 그는 거기에 더 몰두하였을 것이다.



그의 ‘사춘기’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22년 발매한 그의 첫 솔로곡인 <child>에서 였다. 반항적이고 사춘기 소년 같은 내면의 아이가 드러내는 불안과 반항, 분투를 표현한 곡이다. 이 시기즈음 나 역시도 뒤늦은 사춘기와 방황을 겪고 있을 때라 더더욱 깊이 와닿았고 공감과 위로를 많이 받았었는데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울림이 그대로 전해진다. 곡과 관련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Child’s Diary>라는 컨텐츠에서 나는 그의 사춘기의 근간에는 ‘책임감’이라는 키워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마크는 내가 나다워지는 것이 자유라고 정의했고, 그 자유로 가기 위한 것을 가끔 막는 것이 책임감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서 오는 간극에 책임감을 깨부수고 싶다라는 그의 열망도 자연스레 이해가 되었다.



그의 책임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전에 발매되었던 ‘두고가 (Drop)’라는 곡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곡은 그가 데뷔한 바로 다음 해에 <고등래퍼>라는 랩 경연 예능에 나가서 파이널무대에서 선보인 곡이다.


‘성인이란 타이틀 책가방 보다 무거워

철부지가 될 까봐

어느새 주변에서 하는 말

과정은 됐고 결과를 보여줄 때가 됐잖아’


이 가사만 보더라도 그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 데뷔 이후 매일매일 그가 어떤 무게를 견뎌내었는지, 주변에서는 어떤 압박을 주었는지, 또 스스로에게는 얼마나 엄격하고 푸쉬를 했는지 그런 것들을 팬의 입장으로는 일일이 알 수는 없지만 겨우 스물이 되기도 전에 저런 감정들을 겪어내고 저런 가사를 썼다는 사실만으로도 그의 책임감의 무게를 통감할 수 있게 했다.



일반인들에게 스무살은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지만, 마크에게 스물은 엄연히 ‘아이돌’이라는 직업과 역할을 수행해내야할 직업인 혹은 사회인이다. 그의 나이가 열아홉이든 스물이든 상관없이 데뷔를 기점으로 그의 주변인들은 또는 대중은 그에게 사회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역할만을 기대했을 것이고, 당연히 그에게 그것은 심한 압박과 책임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도 오롯이 본인이 짊어져야 할 몫인.



데뷔가 원래 그의 목표였던 만큼, 단순히 데뷔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런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도 않았을 것이다. 데뷔 이후로도 계속 자신의 목표를 만들고 쫓아갔기에 <고등래퍼>라는 도전도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위의 가사에서도 드러나지만 사실 그 프로그램을 나간 것부터 내내 정진하는 모습을 통해서도 그의 책임감이 잘 드러난다. 당시 127과 드림 활동과 병행해야해서 매일 음악방송 스케줄에 심지어는 해외까지 오가며 하루에 쪽잠과 같은 잠을 자가며 틈틈이 가사 쓰고 틈틈이 연습해서 그 프로그램에 나간 것이었다. 데뷔한 지 얼마 안된 신인이 활동에만 전념하기에도 여유가 없었을 텐데 랩과 무대 경험을 넓히고 싶어 새로운 도전까지 해낸 그에 대단함을 넘어 경외심까지 들었다.



게다가 소속된 팀의 독특한 특징을 분석해보면 당시 그가 느꼈을 혼란함이나 책임감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마크는 두 개의 고정 유닛 NCT 127과 NCT DREAM에 속해 활동을 했었는데, 이 중 NCT DREAM은 청소년 연합팀으로 그 컨셉에 맞게 원래는 졸업 제도라는 게 존재했었다. 이에 팀에서 맏형이었던 마크는 스무 살이 되면 팀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나 드림이란 팀에서는 맏형이자 리더라는 확실히 큰 비중의 역할로 활동을 해나가는 중이었고, 데뷔 전부터 함께 해온 멤버들과는 깊은 유대감과 믿음을 쌓아오며 같은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그런 그에게 팀에서 나가야 하는 상황은 그의 혼란함을 가속시켰을 것이 분명하다. 평균 나이 15.6세라는 어린 나이에 데뷔해서 그런지 고작 1-3살 밖에 차이 안나는 다른 멤버들에게 그의 존재는 단순히 맏형에서 더 나아가 실력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리고 그 누구보다 자신이 그런 존재라는 걸 잘 아는 마크는 본인을 위한 졸업송인 <Dear Dream>이란 곡을 녹음할 때도 녹음실에서 멤버들의 녹음을 디렉팅해주며 마지막까지 남아있었고, 본인은 졸업을 하고도 이후 6인 체제로 활동하는 동생들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이나 음악방송 현장에 찾아가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그의 책임감은 팀을 나가고 나서도 지속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마크가 말한 ‘가끔 자유를 막는 책임감’이 어떤 느낌인지 완전히 이해하려면, 그 말을 내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수밖에 없다. 마크와 처한 상황이나 외부 환경은 다르지만 ‘사춘기의 소용돌이’라고 느낀 감정은 비슷하니까 말이다. 내게는 자유를 막는 것이 무겁게 지워진 책임이 아니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느끼는 괴리였다. 어릴 때부터 욕심이 많았던 나는 언제나 내 현실의 나보다 머릿 속 내가 되고 싶고 상상하는 내가 10년 앞서 있었고, 그 간극이 언제나 나를 괴롭혔다. 아무리 지금의 내가 많은 것들을 이루고 잘해내어도 그것에 안주하지 못하고 언제나 더 높이, 더 멀리, 더 많이를 꿈꾸었다. 평생을 미들급 선수가 헤비급 선수와 싸우는 투쟁 같은 삶을 살아오고도 최근에서야 내가 그렇게 살아왔고 나의 괴로움의 중심엔 그 괴리감이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크에게 사춘기는 내가 느낀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처럼 책임과 자유의 간극에서 터져나온 감정이었을 것이다. 단순히 외부적 압력이나 환경, 주위 기대 때문만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스스로에게 지는 의무감이나 압력 같은 것과 매 시간 싸워왔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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