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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영칼럼니스트 Jul 21. 2020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날아야  오래 난다

품격에 대한 평판은 오래 남고 멀리 퍼진다, 능력을 이기는 태도의 품격


초등생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다음과 같은 두 명의 아이들 유형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자.


“공부는 잘 하는데 모난 성격이나 행동으로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와 공부는 썩 잘하진 못해도 남과 잘 어울리며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있다고 할 때, 어떤 아이를 원하십니까?”


많은 이들이 후자가 낫다고 응답하겠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실제는 공부나 학업성적이 그 무엇에 앞서 우선순위가 되기 때문이다.


직장생활에서도 유사한 질문이 가능하다. 업무 능력과 품격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당연히 둘 다 중요하다. 그러나 누군가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답할 것이고 누군가는 품격의 다른 표현인 Attitude와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답할 수 있다. 또 직장생활 초입에 있는 사람과 경륜이 쌓인 선배 직장인의 답은 다를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최근 ‘어느 부사장의 30년 직장 탐구생활’이란 책을 내고서 어느 일간지 기자에게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직장생활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능력과 Attitude중 무엇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인지” 얘기해 달라는 것이다. 직장생활에 이러한 질문은 끝없는 화두이다.


필자가 직장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회사에서 4년 가까이 근무하며 3명의 부장을 모신 적이 있다. 그중 한 부장은 아랫사람을 쥐어짜는 능력이 탁월했다. 업무 중에 마음에 들지 않거나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맨 뒷자리 창가 쪽에 있던 부장 자리로 직원을 불러 혼을 냈다. 고압적인 스타일에 여러 욕설을 섞어 몰아붙이는데 듣고 있던 다른 직원들도 몹시 부담스러웠다. 마치 옆방에서 동료가 고문받는 상황이랄까. 그렇게 혼나지 않기 위해서라도 부장 마음에 들도록 노력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부서는 목표달성에서 크게 뒤지지 않았다. 20명 남짓 됐던 그 부서에서 모두가 그렇게 혼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부장의 질책이 있을 때마다 부서 분위기는 엉망이었다. 그러다 그해 최초로 다면평가 방식이 시범 도입되었는데 부하직원이 자기 상사를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수백 명 있었던 회사의 부장 중에서 그 부장은 최하의 평가를 받았음은 물론이다.


이 사례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리더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대표적인 유형 중 하나이다. 부하직원의 어려움에 함께하기보다는 억압하거나 상처를 주면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기 마련이다. 품격이란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어찌 되었을까. 비교적 성과를 잘 냈던 그 부장이 임원으로 진급했을까, 아니면 부장으로 끝났을까.    


회사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업무 능력을 갖추는 것은 기본이다. 자기가 맡아서 하는 일의 ABC를 책임지지 못한다면 직장인으로서 자격이 없다. 출발선이 같아도 기본적인 역량이 구비되지 않거나 노력을 남보다 게을리하면 시간이 흐르면서 위치가 달라지기 마련이다. 직장은 주어진 일과만 반복해서 하는 곳이거나 시키는 일만 잘하면 되는 곳이 아니다.


일을 배운 후에 업무에 익숙해질 어느 시기가 되면 자기 일에 창의를 발휘하여 그 이전보다 더 높은 효율과 생산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업무의 품질도 높여야 한다. 당연히 개인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역량도 있어야 가능하다. 그리하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업적이 무엇인지를 자신있게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자기 일에 대한 챌린지가 필요하다. 하던 일만 안정적으로 잘 해선 안된다. 그래선 안정적으로 조용히 사라질 수 있다. 도전과 창의가 없으면 그렇게 될 수 있다.


고객가치경영실로 확대 재편된 고객사의 실장을 만난 자리였다. 고객가치경영실이란 이름에 맞는 역할이 필요함을 조언했다. 이전 조직에서 하던 일을 넘어 업무에 새로운 챌린지가 그 실장과 조직에 필요한 때였다. 고객이 어디에서 가치를 느끼는지 파악하여 그 가치를 올리려면 어떤 활동을 더 해야 하는지를 제시할 수 있는 새로운 고객가치 전략 수립을 권고했다.


새로운 관점에서 회사에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여 혁신과 성장에 기여하는 자신만의 깃발을 꽂아야 새로운 기회도 만들어진다. 앞으로의 전진은 변화와 혁신이란 챌린지의 과정을 통해 가는 것이다. 이를 망설이다 실행하지 못하면 결국 전진은 멈춘다. 자신이 꽂은 깃발이나 자신의 이름으로 만든 업적이 없다면 전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고객사 실장은 권고를 받아들여 전략을 수립했다.     


그런데 직장에서 업무 역량만으로 승승장구하고 순항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일을 잘하는 능력은 성공적인 직장생활에 필요조건이지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역량과 함께 바로 품격을 갖춰야 한다. 조직은 혼자 일하는 공간이 아니다. 상하좌우 업무의 파트너가 있고 고객이 있다. 팀을 이루어 일하면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서로 소통하면서 선하고 긍정적인 영향을 파트너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품격이 중요하다. 파트너와 고객으로부터 인정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품격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저명한 비즈니스 매너 컨설턴트 로잔 토머스는 <태도의 품격>이란 그의 저서에서 ‘능력을 이기는 것이 태도’라는 것을 여러 사례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로잔 토머스는 “실수로 또는 고의로 상대방에게 무례히 행동하거나 상처를 준 언어와 행동들은 사람의 관계를 원만치 못하게 하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게 한다”며 이런 사람이 직장뿐만 아니라 사회 공동체 생활을 잘 할수 없다고 한다.


앞서 기자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답은 “직장생활은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였다. 새가 한쪽 날개로만 날을 수 없듯이 역량이란 한쪽 날개일 뿐이다. 품격이란 날개가 반대편에 있어야만 제대로 오래 날 수 있다. 성공적인 직장생활은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부터 비롯된다.


그렇다면 품격이란 무엇인가. 일본 최고의 심리 카운슬러인 오노코로 신페이는 그의 저서 <관계의 품격>에서 “품격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무의식중에 한 실언, 늘 입에 달고 다니는 불만 가득한 말투, 섣부른 마음에서 어설픈 친절 등 ‘일상 속 실수’의 빈도를 줄이면 된다.” 그래야 ‘말과 행동에 깊이가 느껴지는 사람’ ‘누구나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가만히 있어도 인품이 느껴지는 사람, 불필요한 갈등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 예의를 아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 때 나의 격도 함께 올라간다”며 품격을 인성과 태도가 어우러진 것으로 설명했다.


로잔 토머스의 <태도의 품격>에서 음미해볼 만한 몇몇 대목을 추려본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품격의 시작이다’, ‘실망에 대처하는 태도야말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의 품격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경청하고, 표현은 신중히 해라. 그리고 판단하기보다는 이해하려 해라’, ‘언제나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려고 노력하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남겨진 SNS의 흔적은 평생 따라다닌다’ 등이다.


요약하자면 남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마음, 주변과의 소통능력, 프로다운 자세 이 세 가지를 꼽고 있다. 로잔 토머스는 ‘태도의 품격이 좋으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지며 이의 보상으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도 좋아진다. 이것이야말로 성공이다’며 결론을 맺는다.     


직장생활뿐 아니라 삶 전체도 마찬가지다. 역량과 품격을 구비하여 직장생활을 잘 하는 사람이 다른 데서도 인정받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정에서도 개인이 소속한 사적인 커뮤니티에서는 오히려 품격이 더 중요하다. 회사에서 고위직까지 올라간 사람일지라도 품격의 향기가 없다면 성공한 직장생활이라고 보기 어렵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남에게 정신적인 피해를 주는 이기적인 사람은 결국은 길게 오래 가지 못한다. 조직에서 외톨이가 되기 쉽다. 품격에 대한 평판은 오래 남기도 하고 멀리 퍼진다.


오피니언 리더 계층에 있더라도 품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들은 존중받기 어려울뿐더러 주변으로부터 외면받아 결국엔 삶이 고달퍼진다. 남의 말 듣지 않고 자기 얘기만 하는 사람, 입으로만 얘기하고 솔선수범 안하는 사람, 이중적이거나 가식적인 사람, 숟가락 올려놓는데 능한데 책임은 회피하는 사람, 뒷담화로 누군가를 늘 비난하는 사람, 마음에 안든다고 다양하게 괴롭히는 상사, 남을 인정치 못하고 시기와 질투가 몸에 밴 사람.... 이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면 삶이 피곤해진다. 나부터 그렇게 되지 말자.


조직을 보자. 주변에 능력도 있고 품격도 갖춘 사람이 누구인가. 스스로를 성찰해보자. 나는 일만 잘하는 사람인가. 일도 잘하고 품격도 있는 사람인가.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듯 나도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자격이 있는가. 그렇게 노력하고 있는가. 역량과 품격의 두 날개로 날아야 오래 날 뿐 아니라 그 여정이 아름답고 향기가 난다.


‘미래를 경영하라’로 유명한 톰 피터스에 의하면 ‘친절함, 정중함, 품위있는 행동, 남에 대한 사랑과 배려, 사려깊은 행동’이 인격을 고양시키는 방법이라고 한다. 아침마다 일찍 출근하여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잠시 성찰의 시간을 갖자. 상대방의 관점에서 내가 했던 일을 반추해보면 보이는 것들이 분명 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정리하여 오늘 반복하지 않도록 습관화해야 한다.


바로 옆 동료, 상사, 후배가 나의 거울임을 잊지 말자. 이러한 자그만 습관의 시작이 나의 품격을 다듬어 줄 수 있다. DNA가 지배하게 놔두지 말고 훈련으로 가능할 수 있다. 직장생활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앞서 그 부장은 성과를 인정받아 임원(이사대우)로 승진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불미스런 일로 물러났다. 갖추지 못한 품격이 자초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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