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힘, 리더십
누구나 리더이다, 꼰대인 당신만 빼고
스스로 리더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조직의 수장을 맡고 있지 않으면 리더가 아니라는 시각에 지배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직을 맡지 않더라도 중간 직급에서 신입 직원에게 사수라 불리는 리더가 되기도 한다. 특정 업무에서 프로젝트 단위로 팀을 이뤄 후배 직원과 함께 일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조직이 수평적으로 변화되는 요즈음 이런 일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그렇기에 누구든 상황과 역할에 따라 리더가 되기도 하고 팔로워가 되기도 한다.
몇 년 전 방영되어 화제가 되었던 ‘미생’이란 드라마에서 신입사원들이 바로 위의 선배 사원인 대리에 까여가면서 업무를 배우는 장면이 나오는데 거기서 나오는 대리는 바로 위 팀장의 지휘를 받지만 동시에 신입사원을 가르치는 역할을 하는 중간 리더이다. 주인공인 장그래 사원을 비롯한 신입사원들은 팀장보다 오히려 이들의 영향에 더 민감한 경우가 허다하다.
실제로 부서장의 리더십 못지않게 공식, 비공식으로 작용하는 과, 차장이나 대리 등 선배 직원들의 리더십이 중요할 때가 많다. 회사를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원인을 물으면 바로 위 직속 상사인 경우가 많은데 같이 일하는 선배 직원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이다. ‘미생’을 보면 인간적으로 모욕을 주는 선배도 있고 엄격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업무를 가르쳐주는 선배도 있다. 서로 다른 리더십이다.
이처럼 리더십은 큰 조직을 맡는 리더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소수의 팀원과 함께 하는 팀장에게도, 단 한 명의 후배를 둔 선배 직원에게도 필요한 역량이다. 장차 리더로 성장할 사람들에게는 더욱 말할 것도 없다. 그러므로 리더십을 얘기할 때 조직의 리더에만 해당한다고 여기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직위와 관계없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리더십은 중요한 현실이 된다.
이렇듯 리더십을 중요하게 얘기하는 이유는 리더십은 조직이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끄는 핵심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성공의 사다리를 타기도 하고 리더십 부재로 실패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개인에게도 리더십은 더없이 중요하다.
필자가 보았던 어느 팀장의 얘기다. C 팀장은 팀원들에게 역할을 주고 관리만 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업무 진도가 계획만큼 나오지 않으면 야단을 넘어 비난을 퍼붓는 정도가 심했다. 그러니 팀 회의에 들어가고 나오는 직원들의 표정은 늘 밝지 않았다. 그렇게 팀원들을 짓눌리게 한 C 팀장이었지만 자기 상관인 담당 임원만큼은 깍듯하게 챙겼다.
그러던 중 3개의 팀을 책임지는 다른 부서장 자리에 공석이 생겨 팀장 중 누군가를 승진시켜 임명해야 했다. C 팀장의 담당 임원은 평소 본인에게 절대 충성하던 C 팀장을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그러나 필자는 리더십에 문제가 있는 C 팀장이 상위 보직을 맡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비공식적으로 C 팀장의 승진을 반대했다. 그러나 회사에서는 담당 임원의 추천을 우선 고려했고 C 팀장을 새로운 부서장으로 임명했다.
이후 그 부서는 채 1년이 안 돼 여러 구성원이 이탈 조짐을 보이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부서장이 된 C 팀장의 관리 중심의 힐난 리더십으로는 새로운 조직을 끌어가는 데 한계가 있었다. 본인은 슬금슬금 일하면서 기회가 있으면 직원들을 쪼아대니 누구 하나 마음을 내주지 않았다. 위로만 딸랑딸랑하며 그간 위기를 넘겨오던 C 팀장의 한계였다. 모든 것이 노출되어 방어할 힘을 잃은 순간 그것으로 C 팀장은 끝이었다. 엉터리 리더십의 말로다.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십이 화제다. 리더십에 대한 교육과정도 많다. 고급관리자뿐 아니라 중간 과정에 있는 사람들도 리더십 교육을 받는다. 이에는 민간 기업뿐 아니라 공무원과 군 장교들도 포함된다. 왜 그럴까.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 내 분위기와 성과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조직이든 리더십을 잘 발휘하는 리더를 원하기 마련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도 리더십이 중요하다. 프로야구에서는 감독들의 리더십이 서로 극명하게 비교되기도 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하는 감독도 있고, 선수 한명 한명을 동생처럼 대해주어 형님 리더십으로 회자된 감독도 있다. 그중에는 현역시절 무명 선수였는데 감독이 되어 뛰어난 리더십으로 인정받는 사람도 있다. 현역시절의 성적이 꼭 리더십과 비례하지 않는 것이다. 리더십은 기술이나 기량이 아니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모두에게 필요하다고 하는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인가? 리더십에 대해서는 많은 책자에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는데 직장이란 공동체에서 특히 필요한 것으로 방향설정, 동기부여, 책임지는 것 등 세 가지를 핵심으로 꼽고 싶다.
첫째, 방향설정이다. 리더라면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 여러 대안 중에 가장 적절한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성공을 위한 전략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잘 모르면 회의를 통하여 가장 좋은 방법을 찾아내야 하며 때로는 잘 아는 사람에게 전체를 믿고 맡기는 것도 리더십이다.
공공기관 만족도를 평가하는 고객만족도(PCSI) 조사가 정부에서 처음 모델개발 프로젝트로 발주되었을 때 필자의 전 직장에서 일이다. 관련 부서장은 제안 참여에 망설였다. 제안서를 준비하려면 많은 공수를 들여야 하는데 이미 경쟁사가 선점하여 수주 가능성이 낮은 데다 다른 일로 바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담당 임원은 프로젝트의 상징성과 파급력을 고려하여 참여를 결정했고 철저하게 준비함으로써 결국 수주에 성공했다.
그 프로젝트로 해당 부서는 사업 규모를 크게 확장하였고 회사는 그 사업을 기반으로 공공영역이라는 또 다른 큰 시장을 개척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회사는 이후로 공공분야 사업의 선두 주자가 되었고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근시안적 사고로 도전하지 않았으면 만들어 낼 수 없는 영역이었다. 도전하는 것도, 희박한 성공확률에서 우뚝 서는 것도 리더십이다.
둘째, 동기부여이다. 누군가로부터 동기 부여받은 학생이 훨씬 더 열심이듯 회사에서 리더의 동기부여는 직원들의 열의를 불러일으키게 하는 힘이 있다. 능력이 있어도 동기부여 되지 않으면 칼집 속의 녹슨 칼이 되기 쉬운데 반대로 동기부여만 제대로 되면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이 같은 동기부여는 개인에게뿐만 아니라 조직 전체에게도 필요한데 동기부여가 된 원팀(One Team)은 실제 가진 능력 이상의 놀라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고대 로마 전쟁사를 읽다 보면 전쟁에 출정하기 전 총사령관이 장병들을 독려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전쟁에서 왜 이겨야 하는지,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또 지휘관인 총사령관이 장병들을 얼마나 믿는지를 감동적으로 연설하는 장면이다. 이 연설로 장병들의 사기는 고조되고 전의는 불타오른다. 지금의 프랑스를 정복한 카이사르는 명연설로 장병들의 투지를 불러일으킨 뛰어난 사령관으로 수많은 전투를 승리를 이끌었다. 그중에는 적보다 적은 병력으로 승리로 이끈 경우도 많았다. 동기부여는 최선의 노력을 하게 하는 힘이다.
셋째,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팀원의 실패나 실수에 리더가 감싸주고 때로는 먼저 책임을 감당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최고의 덕목이 된다. 다른 것과는 달리 책임을 진다는 것은 희생이 따를 수 있어 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책임의 리더십은 후배 직원들을 믿고 따르게 하는 신뢰를 만든다. 주변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며 발뺌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데 이런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필자가 두 번째 직장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돼 부장의 지시로 병가 중인 직원을 대신하여 고객사가 의뢰한 프로젝트의 최종 브리핑을 맡은 적이 있다. 갑작스런 상황에 열심히 준비했지만 생각지 않은 고객의 다양한 질문에 당황하여 답변을 제대로 못 한 적이 있다. 고객 앞에서 한 최초의 브리핑이었는데 난감한 상황이었다. 당시 배석한 부장이 전후 사정을 설명하며 본인의 잘못으로 정중히 사과하고 차후 2차 브리핑을 약속하면서 마무리하지 않았으면 달아오른 얼굴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했을 것이다.
부장은 회사로 돌아오면서 나를 책망하지 않았고 그럴 수 있다며 2차 브리핑 준비를 철저히 해 만회하자는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자칫하면 트라우마로 남을 뻔한 그 날 일이 필자에겐 그 이후 브리핑을 포함한 고객미팅에 최선을 다해 준비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은 그때 부장이 자신의 잘못으로 돌리며 필자를 보호하고 격려해준 덕분이었다.
필자가 처음으로 조그만 보직을 맡은 날 필자의 상사는 조직을 맡은 ‘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목표달성이라는 관점에 크게 사로잡힌 필자에게 돌아온 상사의 답은 당시에 너무 의외였다.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곤경에 처해 힘들어할 때, 이를 해결해 주는 것이다.” 리더십의 핵심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다고 모두 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다. 리더십을 온전히 발휘하는 사람만이 리더라 불릴 자격이 있으며 그렇지 않다면 단순히 연차 많은 고참 상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