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시훈 Jul 27. 2019

2016년 12월 31일

부산  다대포

2017.12.31 부산 다대포의 해넘이


이 바다와는 아무런 연이 없다. 부산의 지인들 중 이 근처에 사는 사람도 없고, 심지어 지하철 개통되기 이전에 다대포는 기장만큼 먼 곳이었다. 아마 여기에 처음 온 것은 2006년 봄, 벚꽃이 필 무렵이었다. 그리고 4년 전부터 마치 하나의 의례 처럼 12월 31일 해넘이를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비공식적으로는 이성에게 차였을 때 마음 뭉치 내려 보내러 가는 곳들 리스트에 있기도 하다.)


여러 번 비슷한 풍경을 찍었지만, 비슷하다는 말이 보여주듯 단 한 번도 같은 풍경은 없었다. 2016년 12월 31일은 바람이 거셌지만 기온이 그다지 낮지 않았다.  덕분에 어디가 좋을까 상상하며 해변도 두어 시간 양끝을 걷고 바로 뒤 아미산 산책데크를 따라 여러 곳에서 해가 어떻게 질까 상상할 수 있었다.


2016년 하반기는 개인적으로 엄청나게 큰 신상변동이 있었다. 아 물론 팔공산에서 다리가 부러져 두 달을 꼼짝 못 하고 집에 갇혀 살았고(키가 크니 목발이 짧아서 문제가 되는...), 14년에 진보정당을 떠난 후(사실상 12년 총선 상근이 마지막이었지만) 2년 만에 민주당에서 당시 모 대선 후보 지역 캠프에 여러 인연으로 들어가 실무를 맡게 되었다.  12년 총대선 이후 13년 초 석사과정에 복귀해서 박사 과정을 수료할 무렵 다시 선거와 정당으로 돌아왔으니 이건 사회운동과 정당 생활로 점철되는 거대한 운명의 간지 같은 게 아니었나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더욱이 16년 그 모든 과정을 복기하고 평가해야만 했다.


사실 이 날의 빛은 아마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가장 화려했다. 대개 대기 중에 습도가 높은 여름의 일몰이 아름답다 하지만 이 날의 일몰은 그간 본 12월 31일의 그것과는 달랐다. 물론 코닥의 필름 엑타가 주는 아주 특이한 발색과 질감의 효과도 있었겠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그런 빛이었다. 세계가 끝난다면 이대로 끝나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도 될법한 그런 빛.


2016.12.31. 아미산 전망대.  Minolta X700 Exakta 28~200 3.5~5.6 Macro 1:4 Fuji 200


2016.12.31. 아미산 전망대.  Minolta X700 Exakta 28~200 3.5~5.6 Macro 1:4 Kodak EXTAR 100

찍다 보니 이런 것도 생기고....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50mm 1.4 Kodak EXTAR 100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Exakta 28~200 3.5~5.6 Macro 1:4 Kodak EXTAR 100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Exakta 28~200 3.5~5.6 Macro 1:4 Kodak EXTAR 100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50mm 1.4 Kodak EXTAR 100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50mm 1.4 Kodak EXTAR 100(라고 메모되어있는데 렌즈가 줌렌즈 아니었을까...)


2016.12.31. 다대포.  Minolta X700 Exakta 28~200 3.5~5.6 Macro 1:4 Kodak EXTAR 100



매거진의 이전글 어긋남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