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의 화가 Yisemoon Nov 17. 2017

작가 인터뷰

'100마리의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그렸던 습작


이 책이 “100마리의 고양이”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고 하셨는데요, “100마리의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특별한 계기는 없고요, 문득 개인 작업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림을 계속 그릴 방법을 고민하다가 시작하게 되었어요. 분량을 정해두고 시작하면 강제력이 생겨서 하기 싫어도 계속 그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어요. 고양이라는 소재는 제가 워낙 동물을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선택하게 된 것이고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사이에서 갈팡질팡 고민했어요. 20장 정도 습작을 그려보면서 고양이로 마음이 기울었습니다.


'고양이 세계에 사는 고양이가 인간 세계에 사는 인간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설정이 무척 독특합니다. 이런 형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반려인분들이 보내주신 고양이 사연을 받아보면서 그전에는 몰랐던 고양이 반려인들만의 문화(?)를 알게 되었어요. 이분들은 고양이를 단순히 ‘동물’이 아니라 하나의 고유한 생명체이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데, 때로는 고양이들의 요구에 쩔쩔매기도 해요. 고양이들의 요구는 거절하기 어려워서 고양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다 들어주게 된다는 거예요. 그렇게 매일 고양이에게 당하면서도(?) 너무나 행복해하죠. 그래서 고양이 반려인들은 스스로를 고양이보다 아래에 있는 ‘집사’라고 부를 정도에요. 저도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1년 반 정도 후에 고양이 두 마리를 반려하게 되었는데, 저 역시도 그분들처럼 고양이들에게 쩔쩔매게 되더라고요.

고양이의 매력이 무엇이길래, 고양이가 가진 능력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사람들의 마음을 이렇게 쥐락펴락하는지... 고양이들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어서 상상 속 고양이 세계를 만들었어요. 고양이는 인간보다 고차원의 존재였으면 했고(집사 본능), 그런 고양이들이 고양이의 마음을 알고 싶은 사람들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고양이와 이별한 분들의 사연을 읽으며 감동적이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기도 했는데요. 고양이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가장 고양이답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는 이야기로 위로를 드리고 싶었어요.


작가님의 반려묘를 소개해 주세요.

첫째 고양이의 이름은 ‘열매’이고 하얀색 페르시안 여자아이입니다. 현재 5살 정도로 추정되고요. 유기묘 출신으로 긴 겨울을 길에서 지내면서 겨우겨우 살아남았지만, 보호소로 잡혀 들어가 안락사를 기다리던 아이예요. 좋은 분들이 보호소에서 구조해서 지극정성으로 돌봐주신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요. 그리고 그해 여름, 저희집 첫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구조 당시에는 정말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안 좋았는데 지금은 포동포동하게 살도 찌고 길고 아름다운 하얀 털을 자랑하며 건강하고 게으르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둘째 고양이는 ‘나무’라는 이름의 노란색 믹스묘 남자아이인데요, 추운 겨울날 길에서 사과 상자 안에 밀봉된 채 유기된 아이예요. 운 좋게 천사 같은 분께서 발견하셔서 구조되었지요. 사과 상자에서 발견되어서 구조자분이 보호하던 때의 이름이 ‘사과’였어요. 그리고 크리스마스에 저희 집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구조 당시에는 아주 작은 어린 고양이였는데, 올해로 벌써 3살이 되었습니다.


열매와 나무 :)


열매와 나무는 고양이 세계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까요?

사실 99번째 고양이와 100번째 고양이가 나무와 열매예요. 어릴 적부터 인형을 좋아했던 나무는 ‘인형을 만드는 고양이’로,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새 생명을 얻게 된 열매는 ‘겨울의 여왕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수많은 신청자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연이 있으신가요?

그리지 못한 고양이들도 포함해서 고양이와의 사연을 길고 디테일하게 적어주신 분들의 신청서는 전부 특별하고 인상 깊었어요. 한 가지를 콕 집어서 이야기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날 웬 낯선 고양이가 집안으로 들어왔다거나 길에서 처음 만난 고양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집까지 따라오는 바람에 반려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고양이들이 자신을 돌봐줄 만한 사람을 선택한 거니까요. ‘묘연’이란 이런 거겠죠.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나요?

예상치 못하게 작업 기간이 너무 길어진 것이 가장 어려웠어요. 회사에 다니면서 틈틈이 남는 시간을 활용해서 작업했는데요. 야근이 많거나 갑자기 일정이 바빠지면 주말에도 일을 해야 해서 계획한 대로 작업하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최소한 일주일에 한 장은 그리자고 생각했는데, 어떨 땐 한 달에 한 장을 그리기도 하고 정말 바쁠 땐 두 달에 한 장을 그릴 때도 있었어요. 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래도 한 장씩 그려나가다 보니 어느새 100장을 다 그리게 되었네요.


'100마리의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그렸던 습작


그림에서 고양이를 향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100마리 고양이 중 가장 애착이 가는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인가요?

모두 애착이 가지만 프로젝트의 시작인 첫 번째 고양이(홍차 홍차 고양이)와 마무리인 마지막 고양이(겨울의 여왕 고양이)가 특히 의미가 깊은 것 같아요. :) 마지막 그림은 제 고양이가 주인공이기도 해서 더 애착이 가고요.


100마리 중 그리는 데 가장 오래 걸린 고양이는 어떤 고양이인가요?

딱 하나만 고르기 어려운데요, 초반 그림들은 정말 빠르게 그렸고요, 뒤로 갈수록 욕심이 생겨서 시간을 점점 더 많이 투자했어요. 덕분에 100마리를 다 그리고 나서 그림들의 퀄리티를 맞추느라 모든 그림을 두 번, 세 번씩 다시 다듬었고요, 거의 새로 그리다시피 한 그림들도 있습니다.


<100마리 고양이>를 어떤 분들이 읽으면 좋을까요?

고양이를 반려하는 분들이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 동물을 좋아하는 분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상상 속의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도요.


앞으로도 "100마리의 고양이"와 같은 동물사랑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생각인가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100마리 고양이>는 인간 세계와 닮은 고양이 세계의 모습만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사실 고양이 세계의 오리지널 설정은 ‘고양이처럼’ 조금 더 기묘하고 재미있는 컨셉들이 많아요. 고차원의 생명체인 고양이들이 구축한 세계가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 보면 인간 세계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겠죠. 고양이 세계의 고유한 모습들에 대해서도 그림을 그리고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해요. 특히 캐릭터와 이야기 흐름에 초점을 맞추면서 습작들을 그려보고 있습니다.


<100마리 고양이>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양이 반려인 분들께 정말 많은 신청서를 받았는데요,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사연들과 함께 ‘신청서를 쓰면서 우리 고양이와의 추억을 다시 떠올릴 수 있어서 너무나 뜻깊은 시간이었다, 우리 고양이가 그림 모델로 뽑히지 않더라도 끝까지 응원하겠다.’고 적어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집니다.

100장의 그림을 그리는 프로젝트를 혼자서 진행했더라면 아마 완주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업 진행이 너무나도 느려서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도, 잊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 주시고 기대해 주신 분들이 계셔서 가능했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양이들과 함께 늘 행복하세요.^^


'100마리의 고양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그렸던 습작


이전 09화 겨울의 여왕 고양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