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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 Dec 08. 2021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final>을 맞이하며

+ 독립출판 두 달 차 소소한 후기

<애쓰지 않고도 사랑> 출간 두 달째, 1쇄가 끝났다. 책이 다 팔렸다는 말은 전혀 아니고, 입고가 끝났다는 말이다. 여전히 적자 상태지만, 매달 입금되는 정산 금액이 무척 소중하고 크리스마스의 여느 깜짝 선물처럼 느껴진다.


이제껏 참여한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앤솔러지도 어제부로 파이널이 출간되었다. 이를 기념 삼아 공동작업(출판사)과 단독작업(독립출판)을 비교해보는 글을 써보기로 했다.



*푸른약국/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공동저자)


책 작업


컨셉


공동작업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는 출판사에서 컨셉을 정해서 원고를 모집했다. 미등단, 이름 없는 독자들이자 작가들이 원고를 냈다. 모두 익명으로 글이 실렸다.  시즌1의 주제는 우연, 사랑, 죽음이었고 시즌2의 주제는 책, 이번에 출간된 시즌3의 주제는 행복이다.


<애쓰지 않고도 사랑>은 연애와 사랑을 주제로 그간 썼던 여러 개의 원고를 모았다. 글을 모은 뒤에 세부 주제에 따라 1부, 2부, 3부를 나눴다. 뒤로 갈수록 연애가 정리되는 느낌을 주고자 했다. 그래서 뒤표지에 적힌 글씨 '애쓰지 않고도 사랑'이 아닌 '사랑에 쓰지 않고도'가 되었다.


원고 교정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의 <푸른약국> 출판사는 1인 출판사다. 출판사 대표님이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관할한다. 그래서 나는 별일 없이 내가 쓴 원고만 교정을 보면 되었다. 저자가 최종 원고를 송부한 이후 편집자의 1교가 끝난 원고를 다시 저자가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교정 또 교정. (편집자님이)


<애쓰지 않고도 사랑>의 경우에는 부산대학교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와 네이버 사전의 도움을 받았다. 기회가 되면 교정다시 보고 싶다.


*부산대학교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

http://speller.cs.pusan.ac.kr/

추천. 그러나 최근 연말 들어 글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런지 오류가 많이 남. 서버여 힘을 내달라


북디자인


출판사는 북디자이너를 섭외한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의 디자이너분은 작년부터 계속 같은 분이었다. 표지의 질감이나 본문의 디자인이 프로의 느낌이 물씬 난다. 눈에 확 들어온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쪽수에 비해 책이 가벼운 점도 좋았다. 종이에 따라 책의 무게가 이 달라진다.


나는 혼자 한다. <애쓰지 않고도 사랑>의 원래 표지는 최종안과 다른 표지였다. 네이비색 바탕에 핑크색 글씨였는데,  교회 주보 같다는 말을 듣고 바로 폐기했다. 결국 <애쓰지 않고도 사랑>의 포인트 컬러는 두 개가 되었다. 미색과 빨강. 디자인 알못이 괜히 이것저것 넣는 것보다 간단하게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결과적으로 그런 조언을 내게 준 이에게 매우 감사한다. 본문 편집은 책에 사진이 없었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시중에 출간된 독립출판물내부 디자인주로 참고했고, 대략적인 책의 구성이 결정된 이후에는 부씩 뽑아서 종이 재질의 느낌, 여백과 기타 등등을 확인했다.


인쇄


파주에 전국에서 가장 큰 출판단지가 있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는 그곳의 한 인쇄소에서 탄생했다. 출판사 대표님이 감리를 본다고 매주 파주로 가신다고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파주는 북쪽이어서 매우 춥다) 이번에 출간된 final에서 알라딘에서만 선착순으로 증정되는 세 잎 클로버 뱃지 백개를 책과 함께 포장하신 것 또한 푸른 약국 대표님…. 수작업으로 진행되는 출판 과정을 옆에서 보니, 원고를 모으고 거기서 또 고르고 교정하고 편집하고 인쇄 잘 나왔는지 확인하고 홍보도 해야 되고 혹시 모를 배송 사고도 확인하고… 이게 보통 일이 아니다.


<애쓰지 않고도 사랑>은 인쇄 부수도 적을뿐더러, 쪽수도 118p 정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인쇄 이후의 과정은 크게 힘들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매번 인쇄를 넘길 때마다 날씨에 따라 종이의 상태가 들쑥날쑥해서 반절 정도 전부 버린 날도 있다. 장마철에 조심해야 되는지 처음 알았다. 습기 때문에 종이가 다 울게 된다. 


배송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는 알라딘과 교보문고, YES24에 들어갔다. 인터넷 서점에 책을 팔려면 ISBN을 받아야 한다. (ISBN : 국제적으로 표준화하여 붙이는 고유의 도서번호) 따로 사업자를 내서 1인 출판사를 등록해야 ISBN을 받을 수 있다.


내년까지 판매량을 보고 사업자등록을 하려 한다. <애쓰지 않고도 사랑>은 현재 전국의 독립서점스마트 스토어에서 팔리고 있다. 입고 수락 메일을 받고 블로그에 올라와있는 독립출판 후기를 참고해서 택배박스와 친환경 포장지, OPP봉투, 뽁뽁이를 부자재 마트에서 구입했다. 손이 느려서 포장을 하는데만 매일 두 시간이 걸렸다. 내 허리… 내 디스크……


홍보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의 푸른약국 대표님이자 마포구 <아직 독립 못한 책방>을 운영하는 통칭 '아사장님'은 홍보의 귀재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꾸준히 운영하며 서적들을 홍보한다. 


https://instagram.com/a_dok_bang


특히 굿즈를 잘 뽑아낸다. 나 같은 맥시멀리스트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육각형의 황동 문진, 회전 책장, 친환경 수세미, 등 금액대에 따라 달라지는 사은품을  밀당하는 영업력이 장난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시즌1 때는 북 팟캐스트를 섭외해서  작가님들이 출연하기도 했다.


<애쓰지 않고도 사랑>을 출간하면서 아사장님의 마인드를 많이 따라 해보려고 했는데 실패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만 조용히 홍보하고 있다. 여러 가지 홍보 방법을 구상해봤지만 시간 대비 효율이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결국 신작을 내야 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고의 홍보는 신작을 산 독자들이 구작을 찾아보는 것이다. 이번에 신춘문예에 떨어진다면 원고들을 모아 소설집을 내보려고 한다. 제목은 미정. 표지 구상 중.




짧지만 길었던 출간 과정이 끝나고 나면 책 제목을 하루에도 몇 번씩 검색해보게 된다. <이제 막 독립한 이야기> 1권이 나왔을 때 소중한 독자님들을 만나며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생생하다. 아독방이라는 공간 덕분에 만난 독자님들... 일이 힘들 때마다 그때의 시간을 돌아보게 된다. 이번 책에서 대표님이 쓴 서문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내 재미란 바로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고 재미있어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다. 나도 그런 모습을 보면 왠지 힘이 나고 행복해진다. 세상에 글을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참 많고 잘 쓰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걸 풀어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조금만 끌어주거나 기회가 생기면 행복해할 사람들이 많은 세상인데 말이다.


작가이자 독자를 향한 말에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에세이라는 장르를 두고 뭔가를 깨닫는 사람들이 쓰는 글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내게 에세이는 다음으로 갈 수 있는 돌다리 같은 것이다. 그때의 감정 그때의 슬픔과 기쁨을 딛고 다음으로 간다. 이다음으로. 그다음으로.







*막간 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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