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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Nov 15. 2020

사장님이 괴롭히면 어떻게 할 거예요?

곤란한 면접 질문


이건 2015년(?) 쯤

강남지역 중소기업에 면접 간 썰임.


그때 나 포함 여자 세 명이 한 조가 되었다. 면접관은 두 명. 미국 교포인 듯한 여자 과장님, 그리고 남자 대리. 과장님은 시원하게 민소매 티셔츠를 입고 남자 대리는 하얀 와이셔츠 차림을 하였다. 일단 보수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자기소개부터 시작하여 면접관이 질문을 하면 참가자 세명이 자유롭게 답변하는 식으로 그럭저럭 분위기는 좋았다.


“자신이 가보았던 가장 인상 깊은 도시를 소개해보세요.”


“의료기기 상품 설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러다 마지막 질문


“회사에서 사장님이 괴롭혀요. 그러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


잉? 질문이 왜 이래?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부를 테스트하려는 건가? 인간관계 위기 대처능력을 체크하겠다는 건가? 우리 셋 다 한결같은 답변이 나왔다.



“일적인 면에서 부족한 부분을 지적받는 거라면 저희는 개의치 않습니다. 조직 내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아니요, 업무 관련이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하시겠어요?”


첫 번째 답변자 왈


“회사 내에서 행실이나 태도가 맘에 안들 수 있죠. 오해가 있을 수도 있고요. 저는 대화로 잘 풀어나갈 자신이 있습니다. 술도 좋아해서 언제든 같이 대화해서 오해를 풀 자신이 있습니다.”



나랑 옆의 여자애도 그 방법이 좋겠다며 술은 잘 못 마시지만 그래도 회식이나 다른 자리에서 대화로 잘 풀어나갈 의향이 있다고 대답했다.


근데도 남자 대리는 연신 아니라며, 대화로 풀기 힘든 상황이면 어떡할 거냐고 물었다.


“아니요, 일적인 거 아니에요.”


“그럼 어떤 일로 괴롭히는 거예요?”


“아니 그냥, 일적인 거 아니고, 그냥 다른 걸로 괴롭혀요.”



우리가 여러 번 어떤 상황인지, 뭐 때문에 괴롭히는지 되물었지만 남자 대리는 계속 얼버무렸다. 그러면서 계속 집요하게 어떻게 할 거냐고 질문했다.


아쒸 대환장 하겠네. 도대체 사장님이 성격이 얼마나 안 좋길래 이런 질문을 면접에서 하는 건지. 일적인 것도 아니고 사무실에서의 언행 문제도 아니고 그럼 성희롱, 갑질밖에 더 있겠나?  내가 왈



“그러면 저는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업무태도, 업무 실수와 같은 일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하니까 저희도 그럼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요.”



분위기가 좀 웃겼다ㅎㅎ

나의 강경발언에 옆에 여자애들이 분위기 화기애애를 위해 ‘대화로 못 풀 문제가 어디 있겠냐’고 동료와 상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어쩌고 저쩌고 좋게 마무리함.


“다른 두 분의 답변을 듣고 난 후 지금 다시 기회를 드릴게요. 그래도 경찰에 신고를 하시겠어요?”


아니 이 사람이 증말...


“네. 아무 이유 없이 괴롭히면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이렇게 면접이 끝났다. 나중에 알아보니까 우리 셋 다 탈락인 듯. 우리 조 답변이 싹 다 맘에 안 들았나 보다. 이런 회사는 합격해도 내가 안 갈 거지만 뭐.




지금도 가끔 생각해본다. 대체 어떤 답을 원했던 것일까. 그냥  참고 견뎌내겠습니다. 사는   그렇죠 설마 이런 ?


말재주 및 상황 대처능력 같은 거 테스트하려고 그런 질문을 했던 걸까? 아니면 사장이 진짜 성질 더러워서 그런 질문을 해야만 했던 걸까. 어떻게 말해야 가장 영리한 대답일까? 재치 있는 답을 나도 알고 싶다.


이런 질문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우문현답을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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