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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Dec 01. 2020

진짜 재수 없는 일은 뒤에 있다

관념의 전환

음식점에서 홀서빙을 했었다.


어느 날 아침 출근했더니 매니저가 나를 불렀다.


모모 씨는 체력이 부족해 보이고 여러모로 우리랑 잘 맞지 않은 것 같다며 다른데 알아보는 게 어떻겠냐고 한다...


그냥 싫다고 하지 뭐 체력이 어쩌고 퓨~


썩 좋아하는 일은 아니지만 이대로 빨리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일한 지 2주밖에 안됐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순간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냥 집에 갈까?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말해볼까?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마침내, 한번 더 기회를 쟁취하기로 용기를 냈다.


매니저에게 어쩌고 저쩌고 해명을 하고 나서, 사실 나는 이곳이 너무 맘에 들고 여기서 잘하고 싶다고, 계속 일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완강한 의지를 보여줘서인지 매니저는 좀 더 같이 일해보자며 승낙했다. 성공!


휴 다행이다 그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할 기회를 붙잡기 잘했어. 이대로 집에 가면 얼마나 재수 없는 추억이 될까...



근데 재수 없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임


하필이면 그날 주방에 일군이 부족했고, 내가 주방일을 돕게 되었다. 주방은 홀보다 훨씬 힘들었다. 두세 시간 식기를 헹구고 닦고 하니 물에 젖은 내 피부가 어찌나 아깝던지 ㅜㅜ


설거지 내내 기분이 말이 아니었다. 아침에 그냥 집에 갈 걸 그랬나? 지금이라도 때려치우고 집에 갈까?


그래도 자존심 굽혀가며 새롭게 얻은 기회인데

하루만 참아보자 휴..



그리고 이튿날 결정타가 왔다!


여자 손님분이 화장실에서 구토를 했고, 하필이면 변기가 막혀서 물이 온 화장실 바닥에 흘러넘쳤다. 그리고 하필 그때 가까이에 있던 사람이 나여서, 내가 불려 가서 화장실 바닥 물청소를 하게 됐다 휴..


얼마나 더럽고 속이 안 좋았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주방에서 개고생 할 때 그때 그만뒀어야 했어. 아니 매니저가 그만두라고 할 때 그냥 집에 갔었어야 했다. 그러면 지금 이 더러운 일은 겪지 않아도 되는 건데.


포기하지 않고 버틴다고 해서 다 좋은 건 아닌 듯. 다음날 나는 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었다.


차라리 매니저한테서 그만두라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대로 집에 갔다면 어땠을까? 기분은 안 좋겠지. 정말 재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너무 쉽게 포기한 걸 후회할 수도 있지 버텼더니 더 재수 없는 결과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한 채..



아무튼 이번 일로 크게 깨달았다.


재수 없는 일을 재수 없다고 생각하지 말자. 뒤에 더 안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다행히 그쯤에서 멈췄다고 생각해야 함!!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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