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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Mar 11. 2021

삶을 바라보는 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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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답답한 생활공간


고시원에 입주한 지 이틀째, 온몸 근육이 뭉쳐서 아프다. 좁은 공간에서 기지개를 켤 수 없어 혈액순환이 안 되는 듯. 어젯밤에도 자다가 다리에 쥐가 났다. 침대가 너무 좁아서 반듯하게 누워 움직일 수 없으니 말이다. 언제면 팔다리 쭉 뻗고 양옆으로 뒹굴뒹굴할 수 있을까. 


책상에 앉아 얼굴 돌리면 바로 화장실, 반대로 돌리면 출입문, 뒤에는 바로 궤짝이 있다. 자그마한 냉장고에 티브이까지 있긴 한데, 난 맥주도 안 마시고 드라마 안 보니까 얘네 다 쓸모가 없지.


여기는 먹자거리 한복판인지라 밤에는 술 마시는 사람들로 왁자지껄하다. 사람들이 건물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퉤퉤 거리는 바람에 땅바닥이 온통 하얀 침 ㅜㅜ 퇴근하면 제발 집에 처가라, 시발 이 시국에 침 뱉는 건 살인죄 아닌가? 침을 안 딛겠다고 눈 크게 뜨고 퐁퐁 뜀질을 하며 지나가야 하다니.. ㅜㅜ 숙소 들어가는데 이렇게 힘들어서 되겠냐고!



2. 필터없는 화면


엄마랑 영상통화를 했는데, 미친다, 화질이 뭐임? 왜 필터 제공을 안 함? 화면에 못생긴 사람은 누구야! 나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피부에 주름은 더 뚜렷하게 보이고, 뭐 하자는 거임 ㅜㅜ 엄마 우리 이제 영통하지 말자, 만나서 대면소통만 하는 걸로.. 휴 기분이 나쁜 탓에 입맛이 살아나 밥만 더 퍼먹게 된다.





요즘 이런 신세..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고민하다가 그냥 웃기로 했다.


슬퍼하면 뭐 어쩔 건데, 웃어넘겨야 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먼 데서 대충 희미하게 봐야 함.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볍게 넘겨야 해.


영화에 희극과 비극이 있듯이, 인생에도 장르가 있음. 내 삶을 어떤 렌즈를 통해 바라볼지는 내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은 어떤 렌즈를 선택할 건까요?

최근 읽었던 책이 <유머의 마법>인데,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코미디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에너지가 넘치고, 더 도전적이고, 더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나도 살다 보니 이게 무슨 말인지 몸소 체험할 때가 많다. 무슨 일이든, 그걸 웃어넘기지 못할 때 우울하고 괴롭기 시작하더라. 그러니 삶을 코미디 렌즈를 통해서 보는 습관을 길러야 해~


방이 좁아서 불편해? 잠시 여기에 있는 거야, 곧 탈출할 거니까 괜찮아. 화면에 담긴 내 모습 맘에 안 들어? 두 눈에 필터 장착하면 되지 괜찮아 ^^




내 안에 있는 진지충은 가세요, 이젠 웃으며 대충 살기로 했으니 당신 아웃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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