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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Dec 13. 2020

실력에 운까지 받쳐준 케이스

 <아인슈타인의 전쟁> 리뷰

‘아인슈타인’ 하면 그저 천재, 위대한 과학자가 떠오를 뿐 특별한 관심은 없었다. 나 같은 일반인 하고는 너무나 거리가 멀기에 오히려 관심이 안 가는 사람, 뇌가 자글자글할 것 같은 사람, 혼자 실험실에 갇혀 슥삭슥삭 상대성 이론을 만들어 냈을 것 같은 사람... 근데 이 책을 보니 꽤나 재미있는 사람인 것 같다?  시작부터 너무 흥미로움!


자유로운 영혼 -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은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학교 성적이 좋았다고 한다. 다만 성격이 괴상하다는 건 사실이었는데, 여동생 머리를 괭이로 때린다거나 가정교사에게 반말 쓰며 약 올리고 의자를 던지기도 했다 함.


그리고 군대 가기 싫어서 지인을 설득하여 ‘신경 쇠약’ 진단까지 받아 냈다고 하니, 정말 가지가지한다.. 더 나아가 독일 국적까지 포기하고 스위스로 갈아탐.


그는 얄팍하기까지 했다. 대학에서 수학을 싫어한 그는 강의를 종종 빼먹는다. 그러면서 열심히 노트 필기를 하는 애랑 친하게 지내며 그 노트 덕분에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았다고 한다


첫 번째 부인은 같은 물리학과 여학생이었다. 아인슈타인은 나중에 자기 여사촌이랑 바람을 피우는데, 더 어이없는 건 그 사촌의 딸이랑도 로맨틱 관계였다고 함. 그리고 한다는 소리가 ‘난 둘 중에 누구와 결혼하든 상관없으니 너네가 결정해라’.. 정말 자유로운 영혼이다, 리스팩!!


훗날 위대한 과학자가 된 그는 재치 있는 입담과 사진이 잘 받는 외모로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그는 기자들이 어떤 얼빠진 질문을 하더라도 친절하게 답해주었다고 한다. 문학이나 금주법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질문을 받으면 자신이 잘 알든 말든 자신의 견해를 알려 줬다.


그가 영국을 방문했을 때 인기가 어느 정도였냐면, 신문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며 보도했고 젊은 여성들은 그가 입장하면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원조 뇌색남!!


전후 독일에서는 반유대주의 정서가 부풀어졌는데, 아인슈타인은 그들의 좋은 타깃이 되었다. 베를린에서는 최대의 반 아인슈타인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아인슈타인은 그들이 자신에 대해 뭐라고 하는지 보기 위해 그곳에 실제로 몰래 들어가 보기도 했다 함. 좀 귀엽지 않나요?



노력의 달인 - 아인슈타인


책을 읽기 전 나는 상대성 이론이 아인슈타인 혼자서 연구해낸 결과물인 줄 알았다. 실제로는 혼자가 아니라 많은 동료 과학자들의 도움을 받았고 또 아인슈타인이 적극적으로 그들의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복잡한 방정식을 만들기 위해 수학자들의 도움이 필요했고 이론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자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이론을 발전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그들이 상대성 이론에 관심을 가지게끔 어필하는  노력을 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식량이 부족하고 병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아인슈타인은 연구의 끈을 놓지 않았고 그의 이론을 성공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상대성 이론은 편안한 생활을 하면서 나온 게 아니라 전쟁이라는 힘겨운 상황 속에서 역경을 뚫고 나왔다는 것.



전쟁과 과학


이 책의 사회적 배경이 제1차 세계대전인지라 전쟁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와 실제로 취한 행동을 살펴볼 수 있다. 내게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아인슈타인의 친구이자 과학자인 프리츠 하버였다.


전시 독일은 농업 비료와 폭발물 무기 제조에 필요한 질산염이 부족했는데, 하버는 암모니아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독일의 질산염 공급을 충족시켜줌으로써 독일이 전쟁을 장기화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더 나아가서 그는 염소 가스 화학무기를 생산하여  전쟁에 이바지한다. 같은 화학자였던 그의 아내 클라라는 격분했고 그와 심하게 다툰 후 권총을 꺼내 자살했다. 평소 조증과 우울증을 오가던 하버는 그 충격을 이겨내려고 더욱더 연구에 온 정신을 쏟아붓는다.


패전 후 그는 전쟁 배상금을 갚기 위해 바닷물에서 금을 채취하려고 시도했다. 정말 가지가지한다. 이런 걸 보고 ‘뇌를 갈아 넣은 애국심’이라고 해야 하나..


그의 동료들조차 그가 ‘국가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에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런 하버가 평화주의자 아인슈타인과 친구관계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함.


당시 독일의 많은 과학자들이 하버처럼 전쟁을 지지하는 행동을 취했는데 이들은 곧 국제 과학계에서 배제의 대상이 되었고 독일 과학계는 고립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사적으로 만날 땐 누구보다 친절하고 사려 깊던 이들이 갑자기 ‘무분별한 학살’을 외치는 집회에 나가는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그가 알던 가장 품위 있고 학식 있는 사람들이 대중 앞에서는 맹목적인 애국자가 되다니 얼마나 충격인가!


한편 영국의 평화주의 과학자인 에딩턴도 과학계의 분열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는 적에게 인간성을 부여하는 전략을 취하였는데 예를 들면 ‘어떤 상징적인 독일인을 생각하지 말고 예전 친구 X교수를 생각해 보라’ 같은 것이다. 추상적인 독일 국가를 생각하는 것과 하나하나 얼굴이 있는 사람 개개인을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전쟁의 잔혹한 행위들이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에 이 전략은 잘 먹히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여전히 전쟁을 막을 수 있는 아주 유효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소셜 미디어를 하다 보면 평소 아주 합리적이고 마음씨 착하다고 생각했던 ‘온라인 친구’들이 갑자기 다른 국가나 특정 지역 사람들에 대해 서슴없이 비하하고 혐오 감정을 퍼뜨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럴 땐 정말 깜놀한다. ‘좋은 사람’들이 돌변하니까 더 마음이 아프다. 하긴 모든 사안에 대해 다 내막을 파악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리기란 쉽지 않으니까.


그래도 국제적인 이슈를 논할 때 어떤 추상적인 공동체를 떠올리지 말고 나의 친구, 나의 동료 하다못해 영화에서 봤던 그 지역 인물 등 구체적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면 혐오 발언의 수위가 조금이라도 낮아지지 않을까? 요즘처럼 국제유학이나 해외여행이 발달한 시대에 누구나 한두 명의 외국 지인은 있을 테니까.



운빨 - 아인슈타인


아인슈타인이 위대한 과학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가 이토록 범접할 수 없는 유명세를 얻은 건 운빨도 있다. 당시는 서로 치고 싸우는 1차 대전 시기라서 더욱더 국경을 초월하는 인류의 형제애를 보여줄 과학적 성과가 절실할 때였다. 때문에 ‘국제적 협력’으로 이뤄낸 상대성 이론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한 것이다.


아인슈타인을 보면 태생이 위계질서를 싫어하고 강압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학생 때 무엇을 하라고 지시받는 것을 늘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것에서 잘 나타난다. 그는 독일 군국주의처럼 뭔가 강한 존재에 대해 본능적인 반항 감정을 가졌을 수 있다. 사실 누구에게나 억압받기 싫어하는 성향이 있는데 아인슈타인은 그 성향이 아주 두드러진 사람이다. 이런 성향이 그를 예기치 않게 평화주의자로 인도했고 시대정신과 인류애 정신과 맞아떨어져서 더 찬양받는 위대한 과학자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성향 역시 운빨이라고 폄하하는 건 아니고 그냥 성공의 크기를 결정하는 데는 많은 요소가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다. 실력이 있는 사람이 운도 좋으니까 20세기를 대표하는 위대한 인물이 될 수 있었던 게 아니겠는가!






(+)  2021.12.18

아인슈타인의  평화주의 성향을 약간  좋다는 식으로   적합하지 않은  같다. 이때는 내가 책을 많이 읽은 때가 아니어서 당시 유럽 정서를  몰랐다. 책을 읽으면서 아인슈타인이  평화주의자가 되었을까 궁금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전쟁을 싫어하는 것이 당시 유럽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정서인  맞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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