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고 실속 있는 책
앞에 연거푸 속 뒤집는 책을 보다가 이번 책은 좀 가볍고 재밌게 읽어서 좋았다. 저자는 결혼에 관한 6가지 주제를 다룬다. 익숙함, 싸우기, 돈, 아이, 섹스, 상담받기. 이 중에 앞 두 개만 요약해보겠다.
결혼을 왜 할까? 예전에는 뭐 너무 당연한 거니까, 누구나 다 하니까 결혼을 했다지만, 그 핵심에는 경제적 요인이 있었다. 즉 경제적 안정을 이유로 결혼을 하고 나머지 부분은 참는 식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현시대 젊은 남녀는 결혼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를 원한다. 본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이끌어줄 파트너를 원한다.
보통 부부관계를 공동기업에 종사하는 파트너처럼 한 팀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즉 팀 플레이가 필요한 관계다. 팀 정신이 있으면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해내기가 훨씬 쉽다.
저자는 부부 사이의 익숙함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것은 늦은 밤 꿈과 희망을 주제로 나누던 깊은 대화가, 다음날 누가 아이를 학교로 데려갈 것인지 결정하는 이야기로 대체될 때 따라오는 감정이다.”
처음에는 매력적이라고 느꼈던 많은 점이 나중에는 짜증을 유발한다. 책에 쓴 에피소드가 참 재미있다. 저자는 남편을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일에 푹 빠져 있는 그의 모습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건축 일을 하는 남편은 옆에 있는 사람도 빠져들게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그의 열정은 전염성이 강해서 저자는 남편을 따라 한적한 곳에 떨어진 예술 전문 서점에도 가고, 별로 유명하지 않은 건축물을 보러 가고, 심지어 건축 관련 강의도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대화와 여가 생활이 건축으로 이어지는 것에 결국 진절머리가 났다.
이건 마치 배우자의 훌륭한 몸매를 좋아했는데 나중에는 그가 혹은 그녀가 운동에 쏟는 시간에 질리게 되는 것과 같다. 좋은 몸매와 운동에 투자하는 시간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한다. 하나만 쏙 빼서 가질 수는 없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찾아오는 익숙함의 문제, 여기에서 진짜 문제는 그 익숙함 속에서 상대를 무시하는 감정이 자란다는 것이다. 원래 곁에 있는 편안한 사람일수록 막 대하는 법이 아니겠는가.(?) 한 여성은 딱 한 번 남편한테서 무시받는 감정을 느꼈는데, 그때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고 끔찍해서 다시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익숙함을 극복하기 위해서 저자는 소소한 팁을 공유한다. 배우자와 함께 할 수 있는 새로운 취미활동을 개발하기, 배우자의 고민을 들어주기, 다른 부부와 가깝게 지내기 등등.
오랫동안 함께하면서 싸우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나는 저 연예인을 싫어하는데 배우자는 그 연예인을 엄청 좋아해서 둘이 싸울 수가 있다. 뭐 이런 걸로 싸우냐 하겠지만, 이건 그냥 연예인을 좋아하고 싫어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가치관의 문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싸움에는 나쁜 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싸움을 통해 상대방을 알아갈 수 있을 뿐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 잘 알 수 있다.
이런 건설적인 싸움이 되려면 우리가 지켜야 할 조건이 있다. 바로 상대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해주면서 싸우는 것이다. 이에 반하는 제일 극단적인 나쁜 예를 들자면, 바로 운전 중일 때 싸우는 것이다. 우리 뇌의 편도체는 말하는 사람의 얼굴 옆면을 볼 때 훨씬 더 공포와 위협을 느낀다고 한다. 그러니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들어오는 공격에 이성적인 대응을 할 수가 없다. 싸울 때는 안전하게 얼굴을 마주 보고 하자!
싸움에도 타이밍이 있다. 잠은 잘 잤는지 밥은 배불리 먹었는지 여부가 무척 중요하다. 수면이 부족하면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심해서 좋은 말이 나오기 힘들다. 그리고 배가 고플 때 얼마나 짜증이 나는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따라서 상대방이 피곤하고 배고플 때 옆에서 따지고 들면 문제 해결은커녕 쓸데없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만 한다.
잊지 말자. 건설적인 싸움을 하려면 상대방이 잠을 잘 자고 밥을 맛있게 먹은 후,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해야 한다.
말을 할 때는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결하게 핵심만 말하고 빨리 끝내는 게 좋다. 그리고 방어적인 태도는 금물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가 “이번 달에 난방비 못 낼 것 같아”라고 하는 경우.
잘못된 예:
“대체 돈을 어디다 쓴 거야?”
“내가 돈으로 보여?”
좋은 예:
“어쩌다 그렇게 됐지? 자기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그러게. 나도 걱정하고 있었어. 좋은 생각 있어?”
그렇다면 아이 앞에서 싸우는 건 어떨까? 흔히들 아이 앞에서 싸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아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끼리 생각의 차이를 어떻게 조율하는지 보고 자라는 편이 좋다고 한다. 다만 싸움의 강도가 너무 커질 때에는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싸운 후 사과를 하고 싶다면, 웬만하면 빨리 하는 게 좋다. 상처 받은 사람의 마음속 화가 단기 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넘어가기 전에 빨리 풀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과는 깔끔해야 한다. 변명을 붙이지 말자. 아무리 억울하고 변명할 게 있다고 해도 그건 관계가 회복된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요런 실속 있는 책은 커플이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한쪽만 읽고 다른 한쪽은 안 읽는다면 불공평함~ 같이 자잘한 기술(?)들을 익혀서 행복한 연애, 즐거운 결혼생활을 했으면 좋겠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