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감상글
어거스트 디(Agust-D)의 두 번째 믹스테이프 D-2 발매 1주년을 맞아 앨범 감상글을 써봤다.
발매 직후 첫인상 글도 중요하지만 이렇게 1년을 듣고 나서 느낀 점과 감정을 담아 감상글을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들을 때 생각이 달라지면 그때 또 리뷰를 쓸지도 모른다.
그냥 소비되어 휘발되는 노래가 아닌 계속 듣고 또 듣고 들을 앨범이니까!
첫 번째 곡은 ‘저 달’
내가 가장 많이 들은 곡이다. 최애곡!
앞에 ‘솔직히 몇 곡 넣을지 모르겠어’라며 말하는 부분, 뺄지 말지 고민 많이 했다고 한다. ㅋㅋ 멤버들에게 먼저 들려주었는데 반응이 별로 안 좋았나 봄. 처음부터 막 욕하면 너무 상스럽게 들리지 않을까 잠깐 고민했다고 ㅜㅜ 하마터면 큰 일 날 뻔했네, 이 부분 제일 좋은데 ㅋㅋ 최애 파트임. 시작부터 욕이 나와서 너무 민윤기스럽고 ㅋㅋ 매력 있음. 이 부분은 김영대 평론가님도 극찬해주셨습니다 (?) ^^!
근데 사실은, 이때 몇 곡 넣을지 알고 있었다 하는 거 왤케 웃기지? ㅋㅋㅋㅋ
달은 방탄 노래에서 참 많이 쓰이는 소재다. 진의 솔로곡 ‘Moon’, RM의 ‘Moonchild’ 그리고 뷔의 ‘4시’도 달빛 아래 새벽 감성을 노래하고 있다. 아마도 새벽 늦게까지 잠 못 드는 직업이라 달에 대한 애착이 큰가 보다.
가사가 통째로 너무 좋아서 다 가져왔다. 이 곡은 인간 민윤기가 살면서 느낀 감정과 통찰(?) 같은 거 담은 깊이 있는 가사지만, 비트도 그렇고 곡 전반적인 분위기는 무겁지 않고 밝은 느낌을 준다. 소탈한 느낌이나~ 쏘 cool~
윤기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변화는 모두에게 필연적이지, 어떻게 변해가는지가 우리의 업일지도”라고 한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사는, 다 좋지만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내 안의 가장 큰 적은 속 안의 화, 그보다 더 지독한 내 안의 게으름과의 싸움” 여기가 좋은 것 같다.
약간 그런 거 있지 않나? 의심하는 거. 성공한 사람들은 진짜 매 순간 노력하고 효율적으로 살아갈까? 하는 의심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 딱 말해주니까 좋다. 사람은 정말 다 비슷하네, 성공한 사람이든 평범한 사람이던 결국 다 자신과의 싸움이란 거~
또 하나, 윤기는 본인을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하는 피터팬”이라고 표현했는데, 나는 피터팬이 누군지 몰라서 검색해봤다.
나도 그래~ 다들 이러지 않을까? 이건 많은 사람들이 서른 넘어, 마흔 넘어도 이럴 것 같다. 예전에는 몸은 늙지만 마음만은 젊어야 한다고, 그게 좋은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내가 나이를 먹어보니 마음이 늙는다는 게 뭔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다. 마음은 늙지를 않아~ 몸만 늙어가는 거지~ 어쩌면 이건 되게 슬픈 일이다. 여전히 젊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몸, 그 괴리감이 사람을 슬프게 하니까.
가사에서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도 있다.
“가끔씩 신께 원망해 왜 이런 삶을 살게 한 지”
“가끔씩 되물어 돌아갈 수만 있음 돌아갈 거냐고”
이 부분은 약간 뭔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좋았을 일이 있다는 걸로 들린다. 다른 노래에서도 ‘후회’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윤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로 성공하고 돈을 벌고 명예도 거머쥐었는데, 정말 남부러울 게 없는 인생 같은데 왜 이런 가사를 쓰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혹여나 어깨 부상과 관련된 거는 아닌지 ㅜㅜ 사람이 몸이 아프면 잘 즐기지도 못하고 우울할 수 있으니까. (쓸데없는 걱정이길 바란다)
“부딪힐 것 같으면 더 세게 밟아 인마”
이 가사를 듣는 순간 너무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화양연화 ‘Intro: Never Mind’의 가사잖아~~
예전에 썼던 가사를 다시 인용하는 거 너무 좋다.
이 두 곡을 이어서 들으면 인간 민윤기의 자서전 같은 느낌이 든다. ‘Never Mind’는 막 떠오를 때, 성공이란 맛을 본지 얼마 안 됐을 때, 아직 독기가 살아있을 때의 날카로움이 느껴지고 ‘저 달’은 이제 크게 성공하고 나서 탑 위치에서 한층 누그러진 마음으로 인생을 짚어보는 듯한 여유와 느긋함이 느껴진다.
사실 이 곡의 비트는 에픽하이의 ‘새벽에’라는 트랙의 초안인데, 분위기가 많이 달라서 거의 눈치 못 챈다. 이 곡의 분위기는 오히려 Supreme Team의 ‘그대로 있어도 돼’와 비슷한 것 같다. 세 곡 한번 같이 들어보는 것도 재미있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대취타!
그날 뮤비가 딱 나오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개인 믹테에서 국악을 할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컨셉과 스토리여서 낯설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특히 눈에 흉터랑 손가락 치켜들며 웃는 모습이 진짜 미친 왕 같았다. 화장실에서 몰래 술 먹고 연기혼을 불태운 민윤기씨 찬양합니다! (연기 진출하자)
사실 이 뮤직비디오에 무서운 장면이 많아서 내 취향은 아니다. 얼굴에 난 흉터, 목을 자르는 장면, 잘린 머리가 들어있는 상자 그리고 매달려있는 잘린 머리.. 나는 원래 이렇게 무서운 장면을 잘 못 본다. 피가 있는 장면을 보면 입맛이 사라져 밥도 잘 못 먹는다. 이 뮤직비디오도 처음에 무서워서 눈 가리고 손가락 사이로 빼꼼 훔쳐볼 정도였다.
내가 밥 먹다가 티브이에서 갑자기 무서운 장면이 나오면 난 분명히 욕을 했을 거다. 근데 대취타는 정말 무서워하면서도 계속 보게 된다. 그리고 며칠 뒤, 냠냠 먹으면서 무서운 장면을 잘만 보는 나를 발견.. 그래 취향이고 뭐고 다 바꿀 수 있어 ^^
뮤비에서 금발을 한 미친 왕은 과거의 ‘나’를 상징하고 흑발을 한 평민 어거스트 디는 현재의 ‘나’를 상징한다.
윤기는 라이브 방송에서 금발 왕의 또 다른 이름은 ‘분노’라고 했다. (첫곡의 “내 가장 큰 적은 속 안의 화”라는 가사에서 알 수 있듯이.)
마지막 장면에서 흑디(흑발 어거스트 디)가 금디 (금발 어거스트 디)를 향해 총을 쐈는데, 금디가 죽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리고 흑디 캐릭터의 또 다른 이름은 다음 믹테에서 공개한다고 했다.
궁금하다 궁금해. (자만, 열등감, 게으름? 또 뭐가 있을까? 현재 윤기를 괴롭히는 감정일 것 같다.)
가사가 다 좋지만, 굳이 꼽자면 바로 여기!
“꺾인 적이 없는 매출출출출출출출
우리 방시혁 피디는 매일 춤춤춤춤춤춤춤”
“참 감사하네 내가 천재임에
고작 그런 이유로 약을 빨다니
애잔하기 그지없네 재능이 없는 거지 뭐”
가사가 너무 속 시원함!
그리고
카메오로 출연한 진과 정국이.
아무리 수염 붙이고 허름한 옷 입어도, 저 잘생긴 얼굴은 내가 단번에 알아낸다능~(>_<)
내 통장에 영 열 개들은 청춘을 담보로 한 돈
I got a big house big cars big ring
뭐든지 가져와봐 줄게 내 black card
big house big cars big ring 을 참 좋아하는 윤기! 다음에 이 가사가 들어간 노래들만 모아서 써봐야겠다.
미디어의 혜택을 받은 새끼들은
나보다 방송을 많이 타고
돈 자랑하는 애새끼들 벌어봤자
얼마나 벌었겠냐 싶어 (얼마나 벌었냐)
Ooh ooh 그래 이제 돈 자랑들은 뭐 귀엽지
Ohh ohh 분배는 니 급쯤에서나 아깝지
Ohh ohh 군대는 때 되면 알아서들 갈 테니까
우리 이름 팔아먹으면서 숟가락을 얹으려고
한 새끼들 싸그리 다 닥치길
가사가 다 주옥같지만 굳이 골라보자면 이 부분이 좋은 것 같다. 나는 할 말을 속 시원하게 하는 스타일이 좋다. 내 속이 다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원래는 회사에서 가사 전체가 다 안 된다 했는데 방PD가 하고 싶은 대로 해~ 했다고 ㅎㅎ
그런데, 가사가 지금도 센데, 원래는 더 셌다고 한다. 기존의 가사를 굉장히 많이 수정하고, 삐처리 했는데, 만약에 안 그랬더라면 굉장히 충격적이었을 거라고 함. (원래 가사 궁금하다!) 그때는 뭔가 분노한 일이 있은 것 같은데 지금은 그 감정이 사라져서 이 곡을 넣을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ㅋㅋ
넣기 잘했다 ㅜㅜ 띵곡을 빼면 어떡해! 이 곡이 나중에 어떤 논란이 터졌든지 간에 그것도 다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니까 괜찮아, 팬심은 쉽게 떠나지 않아~
세상이란 커다란 시스템
그 안에 대립과 전쟁이 아니면은
서바이벌을 투입해
거부할 수 없는 삶
자본은 꿈을 담보로
희망이라는 모르핀을 주입해
이 곡은 윤기와 남준이가 사회 시스템에 대해 느낀 문제의식을 ‘이상하지 않는가’고 묻고 있다. 뭔가 이상하긴 한데 답은 잘 모르겠는 그런 것들..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꿰뚫어 보고 또 해결책까지 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 사람에게는 뭐 ‘위대한 철학자 및 사회 운동가’라는 타이틀이 붙겠지.
이 세상은 ‘약자들끼리의 싸움’ 일 때가 많다. 힘을 합쳐 더 큰 상대와 싸워야 하는 건데, 작은 이익을 위해 오히려 자기들끼리 갈라져서 싸우는 상황.
그리고 역사적으로도 이런 전략을 사용하는 강대국을 볼 수 있다. 작은 이익을 던져주어 다른 나라들이 서로 싸우게 하는 것. 그렇게 하면 관리하기도 쉽고 치고 올라오는 후발주자를 견제할 수도 있다.
(내가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세상에 대해 알아가는 게 많아져 어른이 되나 봐라고 느끼는 윤기.
가사를 보면서 궁금한 게 생겼다.
“그럼에도 세상을 모르는 게 더 약이었을까”
윤기가 차라리 모르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그건 무엇일까? 궁금함.
내가 바란 삶, 내가 원한 삶, 그저 그런 삶
뭐가됐든 이젠 상관없지
이젠 상관없다는 가사는 다른 곡에서도 본 것 같다. 왜 자꾸 상관없다고 하는지 궁금함.
(상관없다를 애용하는 듯^^)
MAX가 피처링한 Burn It ! 맥스씨 음색이 정말 매력적임.
과거의 나, 현재의 나 싹 다 태워버리자는 가사인데, 약간 서늘하다. 근데 뭐 나도 가끔 과거를 태워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함. 글을 썼다가도 싹 다 마음에 안 들거나 부끄럽고 창피해서 지우고 싶을 때가 많음.
윤기가 좋아하는 가사는
열정을 강요받는 것은 아닌지
초심이란 단어를 조심하길 바래
초심이란 단어를 왜 조심해야 하는지 또 궁금해지네. 난 가사를 보면서 의문투성이가 되는 것 같다. 다음 가사에서 “포기 또한 용기”라고 했는데 우리 윤기는 무엇을 포기했을까??
앞에서 다 태워버리더니 이제 뭘 깨달으셨는지 사람에 대해 노래함.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영원한 건 없어” 그리고 “후회의 동물”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게 마음에 걸림. 무언가가 영원하길 바랬었고, 무언가를 후회하고 있다는 것 같아서.
사람은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면 우울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대충 가볍게 넘기며 살아야 하는 것 같다. (나만의 개똥철학)
혼자 술 먹고 쓴 곡! 해외를 오가는 일정이 많다 보니 시차에 적응하기 어렵고 잠들기가 힘들다고 ㅜㅜ
여기도 ‘상관없다’라는 가사가 나온다. “슈퍼스타가 되면 매일 파티를 하며 사는 줄” 이 가사도 귀여움ㅋㅋ 파티를 하며 사는 사람도 있고 여전히 작업실에서 밥 먹으며 곡 만드는 사람도 있고 그런 거지 뭐 ㅎㅎ
예전에 윤종신 님이 유튜브에서 ‘탈곡기’라는 프로젝트를 했다. 그때 BTS를 위해 만든 ‘Destiny’라는 발라드 곡이 있는데, 슈퍼스타로서의 삶과 느끼는 감정은 이러할 것이다라고 가정하고 만든 노래다. 무대를 마치고 호텔에 들어가면 허무하다 뭐 이런 감정들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 같다. 댓글을 보니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주셨던데, 난 솔직히 그 가사, 그 감정, 그 곡의 분위기가 실제 BTS가 느끼는 감정과 차이가 많이 날 것 같단 생각을 했다. 그냥 그런 감성이 BTS와는 너무 맞지 않다고 생각함. 그런 의미에서 ‘혼술’과 ‘Destiny’ 분위기를 비교하며 들으면 재미있음.
이 곡은 너무 음산하다. 사람을 밑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들으면 무섭다. 가사도 너무 걱정스러울 정도로 기괴하다. 하루는 바닥, 하루는 창공에 있다고 하니, 이거 조울증 증상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게 내 마음이 아닌 걸 알면서도” 이건 또 무엇을 뜻하는지, 아무튼 궁금하고 걱정되는 노래임. 이렇게 무겁고 처지는 분위기의 곡은 처음인 것 같다. 어떤 감정 속에서 이 곡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이 너에게 나타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무리 잠 안 와도 알코올은 끊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임 ㅜㅜ 주접이야, 내가 뭐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불편함 없이 이 곡을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돌린단다 ㅋㅋ
영어 제목은 ‘Dear My Friend’이며 친구에게 쓰는 편지 같은 감동적인 노래다.
니가 변한 건지 아니면 내가 변한 건지 uh
흐르는 시간 조차 미워 우리가 변한 거지 뭐
첫 번째 믹스테이프를 들어보면 우리 어거스트 디가 약에 예민 하단 걸 알 수 있다. 약 하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뭐 주위에 약하는 사람 있나?
“어떤 이들은 내 입을 틀어막으며 선악과를 삼키라 해”라는 가사를 보면 누가 윤기에게 약을 권했나 싶기도 하고.
그러다 드디어 이번 믹스테잎에서 의문이 풀리네 ㅜㅜ 더군다나 이 친구가 ‘First Love’과 ‘봄날’에 나오는 그 친구라고 하니, 어쩜 이런 기막힌 스토리가 있단 말인가! 신사역, 안양 구치소 이렇게 구체적인 장소가 나오고 구체적인 이야기라 놀라움. 스토리텔링에 감탄했음.
후반부 몰아치는 분위기랑 피처링이 김종완이라는 데서 보면 에픽하이의 ‘개화’가 떠오른다. 김종완님의 그 특유의 창법인가 뭔가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게 있음. 그래서 에픽하이의 ‘낙화’, ‘개화’ 그리고 ‘어땠을까’ 순으로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진과 RM의 ‘아직도 여전히’ 브이라이브를 빼놓을 수 없지 ㅎㅎ 노래는 슬픈데 들을 때마다 이날 라이브가 생각나서 웃음이 난다 ㅋㅋ
한 줄 감상: 어거스트 디는 끊임없이 노력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사람!! ㅎㅎ
주절주절 감상글 마칩니다.
저만의 생각을 두서없이 표현한 것 같아요^^
혹시라도 읽어주신 분 계신다면
정말 감사합니다!!
# D-2 앨범은 스포티파이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대취타 뮤직비디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qGjAWJ2zWW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