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 리뷰
제목부터 너무 싫다. 이거 또 사람 훈계하는 책 아닌가?
난 지하철을 탈 때도, 산책할 때도 늘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닌다. 음악을 빵빵하게 틀거나 시끄러운 토크쇼를 듣는다. 가끔 꽂고 잠들어버려 일어나면 귀가 아플 때도 있다.
이 책은 보나 마나 그러면 귀가 잘못된다느니, 한번 나빠진 귀는 다시 돌아 못 온다느니 하면서 사람 겁줄 것 같다.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이라 안 읽을 수는 없고, 휴, 책을 펼치는데 마치 ‘확인사살’ 당하러 들가는 느낌이다.
책 앞부분은 청력이 나빠지면 시력이 나쁜 것보다 훨씬 불편하고 힘들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는 잔뜩 긴장됐다. 책을 보는데 자꾸 냉장고 소음이 신경 쓰이고, 왠지 오른쪽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왼쪽 귀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자꾸만 의심이 된다. 불안하다. 그래 나같이 겁 많은 사람한테는 모르는 게 약이다. 귀 건강을 위한 책을 보다가 심리 건강이 무너지게 생겼다 참!
나는 그저 책이 빨리 끝나버리기를 바라면서, 불안한 마음을 잡고 바들바들 떨면서 읽어갔다. 언제 ‘훈계’가 나오나 조마조마했다. 그러다 도저히 꼼꼼하게 읽을 수가 없어서 대충 내용만 슥슥 훑어보게 되는데...
귀에 관한 모든 것이 나온다. 기본 지식, 이명, 난청, 보청기, 인공 귀, 교육과 청각산업의 문제점... 드디어 끝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무거운 주제에 비해 분위기는 아주 가볍다. 막 이런저런 나쁜 습관을 지적하면서 혼내거나 겁주지 않는다. 내가 잔뜩 겁을 먹고 긴장해서 그런 거지.
정말이지 이 책은 솔직히 잘 썼다. 따분한 주제를 스무스하게 끌고 나간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작가님이 쿨하고 센스 있다.
나는 온라인 서점에서 평점도 높게 주고 리뷰도 좋게 남길 것이다.
다만, 아무리 잘 쓴 책일지라도 나같이 건강 염려가 심한 사람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내가 의사도 아닌데 귀에 대해 이렇게 많은 걸 알 필요가 있을까 싶다.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건 가끔 독이 될 때도 있다.
사망보험 광고가 아무리 훌륭해도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지 못하는 것처럼, 어쩔 수 없다.
저자님, 너무 수고하셨어요! 다음에 재미있는 주제로 책을 써서 대박 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