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책리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Apr 18. 2021

왜 힙합 가수들은 단명할까요?

헛소리 까발리기




아래 그래프를 보면

래퍼라는 직업은 상당히 위험하다.







랩과 힙합 분야의 아티스트는

평균 수명이 30세밖에 안된다.




왜 이럴까?

음악이 거칠어서?

창작의 고뇌 때문에?

마약을 해서?

다 그럴싸해 보인다.

워낙 래퍼들의 마약문제가 많이 터지니까.




한 유명 기사에 처음 등장한 이 그래프는 신속히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 소셜미디어에 퍼졌다. 이 그래프는 우리가 평소에 갖고 있던 래퍼들에 대한 편견을 강화한다.


“래퍼들은 약을 해야 좋은 가사가 나오나 보다, ㅉㅉ 그러니까 단명하지.”


이렇게 입증되지 않은 인상을 합리화시켜준다.




근데, 과연 그럴까?

힙합 가수는 정말 수명이 짧은 걸까?




사실 이 그래프에는 함정이 있다.

재즈, 블루스, 컨트리, 가스펠은 생긴 지 백 년이 넘는데 비해 랩과 힙합은 생긴 지 고작 4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신생 장르다 보니 대부분의 힙합 아티스트들은 지금도 여전히 살아있다. 살아있는 사람은 당연히 ‘사망연령을 조사하는 연구’에서 제외된다.


여기에 들어간 힙합 가수들은 다 때 이르게 사망한 사람들뿐이다. 하지만 블루스나 재즈음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80대 이상까지 산 이들도 많다.

그러니 그래프는 공평하지 않은 거다.

단명한 힙합 아티스트들만 표본으로 집계되었으니 사망연령이 어리게 나올 수밖에.


이와 같은 문제를 전문용어로 ‘우측 중도 절단 문제’라고 하는데, 이 문제를 경고하지 않은 채로 도표만 인터넷상에서 퍼졌기에 언뜻 보면 실제로 힙합은 단명할 위험이 높은 장르처럼 보인다.

유명기사에 실렸고 데이터와 그래픽이 그럴싸해 보였지만 결국엔 다 헛소리라는 거다.







인터넷에는 이렇게 얼핏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사실은 검증되지 않은 헛소리가 넘쳐난다.

특히 요즘 인터넷 뉴스는 클릭수에 따라 돈을 벌기에 제목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이런 뉴스의 특징은 한 가지 사실을 놓고 ‘화제가 될만한 면’만 부각하고 ‘재미없는 면’은 아예 언급을 안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뭔가 맞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수상하다.



이런 헛소리 홍수 속에서,

어떻게 똑똑하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똑똑하게 생존하기>라는 책은 바로 이런 기술을 가르쳐준다. 헛소리 까발리기 기술! 헛소리의 본질을 파헤치고, 헛소리를 알아차리고, 헛소리에 반박하는 기술을 말이다.






사실 너무 어처구니없는 가짜 정보에는 사람들이 쉽게 속지 않는다. 문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애매모호한 것들, 그리고 수학과 통계 같은 전문성을 내세워서 사람들이 감히 의심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우리는 빅데이터, 과학, 연구 그리고 통계라는 단어를 보면 순순히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믿었던 전문가들이 어떻게 숫자와 데이터를 갖고 장난치는지 보여준다.


아래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그래프를 보자.



이렇게 보면 지난 몇 년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정점에 도달했으며, 과거 수십 년에 비해 안정된 것처럼 보인다.



이상하지 않은가??


이제 X축 눈금을 보라. 구간이 전혀 일정하지 않다. 어떤 구간은 30년, 어떤 구간은 10년, 그 뒤는 1년을 나타낸다.

만약에 X축 눈금을 50년 단위로 일정하게 나타낸다면 아래와 같이 전혀 다른 그림이 생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아직 정점에 다다른 것 같지는 않다!





또 다른 그래프를 보자.

2013년 애플 CEO 팀 쿡은 아이폰 판매에 관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아래 그래프를 보여주었다.


아이폰 누적 판매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나는 잘하고 있는 거다!



근데 누적 판매량을 왜 보여줄까?

이상하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보면, 누적 판매량은 감소할 수 없다! 누적 수치는 늘어나는 게 정상이다.



사실 이 그래프가 숨기고 싶었던 것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전 최소 2개월 동안

분기별 아이폰 판매량이 감소했다는 사실이다.


분기별 판매량을 보여주는 그래프


이렇게 그래프를 다시 그리는 것은 헛소리 까발리기의 중요한 기술이다. 적절한 형태로 그래프를 그려 원래의 그림에 가려져있던 진실을 밝힐 수 있다.







이것 외에도 책에는 정말 많은 사례가 등장한다.

헛소리 종류에 따라 하나하나 까발려주느라 책 두께가 무려 450쪽을 넘는다. 소설처럼 막 재미있는 건 아닌데, 읽고 나면 조금 똑똑해지는 느낌이라 할까?

아무튼 유용한 책인 건 맞다. 너도 나도 헛소리 까발리기 기술을 익혀서 똑똑해졌으면 좋겠다. 깨어있는 사람이 많아야 살기 좋은 세상이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볼륨을 낮춰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