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챙겨 먹지 말자
나는 2년 전부터 다이어트 목적으로 식단 조절을 해왔고 어느 정도 체중감량에 성공하였다. 내가 했던 식이조절은 바로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지방과 단백질을 적당히 늘리는 것이었다. 그전에 워낙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를 해왔기에 육류와 생선 그리고 치즈를 일부러 챙겨 먹을 필요가 있었다.
그때 내가 즐겨 해먹었던 요리는 이러했다. 계란 프라이 두 개에다 스트링 치즈 2개를 얹고 아보카도 반개와 같이 비벼 먹는 것! 생각만 해도 영양이 넘치고 맛있어 보이지 않는가?!
그런데 이번 독서모임에 선정된 책 <건강 불균형 바로잡기>를 읽고 이제 이 ‘메뉴’와는 굿바이 해야 할 것 같다. 저자는 계란, 치즈, 아보카도 셋 다 권장하지 않는다.
이 책의 표지와 뒷면을 보면 그냥 일반 건강관련 책인 줄 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채식주의를 홍보(?)하는 내용임을 알 수 있다. 책 표지에 떡하니 ‘채식’이 들어가면 채식주의자들을 제외한 사람들은 안 살게 뻔하니까 이런 ‘꼼수’를 쓴 것 같다. 뭐 그래도 책이 나쁘지는 않다. 나도 꽤나 설득당했으니 말이다. 저자는 조지워싱턴 의과대학의 교수이며 세계적으로 가장 인정받는 채식주의 식이요법의 권위자 중 한 명이다.
쌀과 채소를 주식으로 하는 일본은 과거에 유방암이 드물고 우울증 환자도 적었다. 그러다 20세기 후반에 서구식 식단이 일본 사회에 유행하면서부터 유방암 발생률이 현저히 늘었는데, 1975년부터 2000년 사이에만 두 배를 뛰었다고 한다. 우울증 역시 급증했다. 요즘 일본은 하루가 멀다 하고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며 우울증 치료제는 제약업계를 먹여 살리는 일등 효자 품목이 되었다. 그리고 예전에 동양인은 서양인에 비해 대머리가 현저히 적었는데, 언젠가부터 서양인들과 똑같이 먹기 시작하면서 대머리가 급증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제일 충격적인 건 우유와 치즈를 비롯한 유제품에 관한 내용이었다. 우유산업으로 인한 젖소들의 비참한 삶을 생각해본 적은 있어도, 우유가 우리 몸에 질병을 일으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니 말이다.
우유와 치즈는 칼로리와 지방 덩어리다. 유제품을 즐겨 먹으면 살이 찌는 건 기본이고 몸의 호르몬 균형이 깨지기 쉽다. 생각해보면, 원래 젖은 아이가 먹는 거고, 다 큰 성인이 계속 우유를 먹는 건 이상하긴 하다. 어쩌다 성인들이 이토록 우유를 즐겨먹게 되었지? 우유 뒤에는 거대한 이익집단이 있고 우리는 그들의 광고에 놀아난 게 아닐까?
이 책에서 우유는 아래 질환들과 연관이 있다고 의심을 받는다.
불임
다낭난소증후군
생리통
월경전증후군
자궁근종
자궁내막증
전립샘암
고환암
류머티즘 관절염
천식
당뇨병
유방암
피부 여드름
탈모
변비
헉! 이렇게도 많은 질병과 연관이 있다니, 정말 놀랍다. 근데 더 놀라운 건 뒤에 있다.
카소모르핀(Casomorphin)은 우유가 위장에서 소화될 때 생기는 일종의 약한 아편 성분이다. 다시 말해 우유는 아편 음료인 셈이다. 우유를 치즈로 가공하면 아편 성분의 농도도 높아진다.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치즈를 끊기 힘든 이유가 여기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아편류가 그렇듯 카소모르핀 역시 변비를 일으킨다. 변비로 고생하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스웨덴의 한 연구진이 출산 후 정신질환이 생긴 환자들을 조사하였는데, 놀랍게도 이 여성들 중 다수의 뇌척수액에서 카소모르핀이 검출됐다고 한다. 물론 유제품과 카소모르핀이 뇌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 제대로 알려면 훨씬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유 성분이 정신질환과 관련 있다는 사실은 분명 깊게 파 볼 가치가 있다.
저자는 생리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동물성 식품을 완전히 끊기를 권한다. 그리고 닭고기 한 조각, 요거트 한 스푼 정도는 상관없다고 여긴다면 착각이다, 한 입이라도 대는 순간 모든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고 겁을 주고 있다. 난 이게 너무 싫다. 거부감 지수가 100으로 올라감.
아래 사례는 더 황당하고 불쾌하다.
전립샘암에 걸린 토니는 모든 동물성 식품을 끊고 채식주의 식이요법을 시작한 후로 3주 만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1년 후 재검진에서 암 덩어리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고 그 뒤로 10여 년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완전히 잊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그는 식이요법을 중단해도 될지 궁금해졌다. 그는 한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수개월 후 암이 재발했고 그는 죽음을 맞이했다.
이건 뭐지?? 마치 굿을 안 하면 너 죽게 된다고 협박하는 무당 같잖아... 너무 불쾌하다. 무서워서 오히려 채식을 아예 시작도 못하겠다.
물론 저자는 모든 병에 채식이 만능이니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다만 읽는 이 입장에서 몹시 불쾌하고 무서우며 거부감이 든다는 거다.
아프다면 식이요법을 해야겠지만, 난 여태까지 고기를 먹고 우유를 마셔도 크게 아픈데 없었으니 굳이 채식을 할 이유는 없다. 근데 이 책을 읽고 어느 정도 육류와 유제품을 소비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그래서 결론은, 챙겨 먹지 말고 땡기는 걸 먹자! 맛있어서 먹는 거면 괜찮다. 건강에 좋다고 굳이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 억지로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단 말이다. 좋다고 믿었는데 나중에 암 유발성분이 들어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골고루 소량으로 섭취하는 게 제일 안전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