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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라미수 Jul 21. 2021

난 한 번도 나를 의심하지 않아

나에 대한 재미있는 발견

연예계에 불화설이 터질 때마다 나는 부정적인 시선으로 봐왔다. 특히 걸그룹 내 왕따 사건이라고 하면 ‘왜 서로 잘 지내지 못할까. 난 웬만하면 모든 사람과 잘 어울리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가 보다. 그들이 인간관계에 미숙해서 그런 거다’라고 생각했다.


근데 요즘 들어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도 회사에서 연속 두 번 잘린 적 있고 사람이 싫어서 자발적으로 퇴사를 할 때도 있었다. 학창 시절에는 반애들이랑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적도 있고...

이런 내가 무슨 남의 사회생활 능력을 평가할 자격이 있지?


문제는, 각 잡고 골똘히 생각하지 않으면 난 내가 예전에 그랬다는 것이 전혀 생각나지 않는다.

나는 인간관계에 늘 자신감이 있었다. 왜지? 이상하다.

그러고 보니 난 한 번도 나를 의심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리 사람들과 충돌하고 싸우고 어쩌고 해도 내 성격이 문제 있는 건 아닐까, 사회성이 떨어진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해본 적이 없다.


메타인지가 부족하다고 봐야 하나? 자기에 대해 너무 몰랐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래서 늘 자신만만했다.

나는 어디든 잘 어울리고 인간관계 처리 능력이 좋다고. 근거 없는 자신감 ㅋㅋ



이제와 보니 불화설, 왕따 이슈가 있는 그룹들, 그들을 사회능력 떨어진 애들로 치부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다.

자기랑 꼭 맞는 사람 만나기란 워낙 어려운 일이기에, 무리에서 갈등이 생기는 건 지극히 정상이다. 나도 그래 왔고.


예전에 짧게 다녔던  회사에서, 동료들의 무시를 받는 사람을   있다. 매번 그녀를  때마다 궁금했다.   나가고 버티는 거지? 정규직이라 하지만 연봉이 높은 것도 아닌데 뭐가 아쉬워서 떠나지 않지?


나는 끝까지 기싸움하며 버티는 그녀가 대단하게 느껴졌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능력이 탁월한 게 아닐까. 나 같으면 바로 포기해버렸을 텐데.

나는 웬만하면 버티지 않는다. 피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인간관계 갈등으로 시달린 경험이 별로 없다. 쎄하다 싶으면 자리 뜨니까.

그리고 곧잘 잊어 먹는다. 그러니까 자신감 넘치지. 난 사회생활 잘하나 봐.. 착각함.


내가 버티지 않는 이유는 몸이 아파서다.

나는 스트레스만 받으면 목안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고 귀가 아프고 턱이 아파 난다.

몸이 너무 아프니까 스트레스 상황을 견딜 수가 없다.

그래서 조금만 스트레스에 노출되어도 마치 뜨거운 물에  개구리처럼 팔짝 뛰어올라 상황 탈출한다.


내가 여기서 적응 못하는데 다른 데 간다고 잘 적응할까? 왜 나만 계속 이러지? 내가 정말 성격에 문제 있는 걸까?


이런 의심 따윈 절대 안 하지.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만드는 거다. 절대 본인 문제 아님.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그냥 다른 데 가서 나와 잘 맞는 무리를 만나면 되는 거다. 기억하자,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떠나는 게 자존심 상하지 않냐고?

보통은 이런 상황에서 지기 싫다, 포기하기 싫다, 내가 왜 저 인간들 때문에 물러나야 되지? 이런 생각에 끝까지 버티며 기싸움을 하게 되는 것 같다.


기싸움을 하면 개피곤하다. 얻는 것보다 잃는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 특히 시간, 시간이 아깝다. 내가  시간을  사람들이랑 낭비해야 하지? 나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무리는 내가 떠나면 그만이다.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면 맘이 편하다.


어차피 이리저리 직장을 옮겨도 굶어 죽지는 않는다. 다른 곳에서 좋은 사람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누가 알아. 얼른 자리 떠야지. 이게 내가 그동안 행복(?)하게 지냈던 비결 아닌 비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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