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 지나가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티라미수 Nov 05. 2021

상상이 이렇게 중요해?

상상의 쓸모

1


얼마 전 우연히 문정인 교수님이 미중 패권전쟁에 관해 논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교수님은 양국이 첨예하게 충돌하면 세계 모든 나라가 손해를 입게 된다며,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가 나서서 말려야 한다고 하셨다. 즉 둘만 싸우게 놔둘게 아니라 한국과 같은 미국의 동맹국들이 나서서 미중 양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확 이목을 끌었다. 참신한데? 한국이 나서서 말려야 하다니...


설득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교수님은 그 아이디어를 만드는 ‘상상력 있는 외교’가 앞으로의 가장 큰 과제라고 하셨다. 외교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다니 나로서는 처음 듣는 소리다. 신선하다. 꽤나 충격이었는지 한동안이 지나도 상상력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계속 맴돌았다.



2


저번에 리뷰했었던 책 <혁신의 뿌리>를 읽고서 예술과 과학의 핵심은 ‘개인의 상상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두 분야 모두 상상력에 크게 의존한다.


예술에 상상력이 필요한 건 알고 있었지만, 과학에도 상상력이 필요하단 건 의외였다. 나는 과학은 상상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었다. 과학은 철저히 실험에 근거하여 진행되는 거 아닌가? 상상만으로도 되나?


그러고 보니 사실 예전에 과학서적들을 읽으면서, 어쩌면 과학에도 운과 상상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특히 아인슈타인의 이야기가 그랬다. 읽으면서 뭔가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머릿속 상상으로 만들어냈구나’하는 인상을 받았다. 미쳤음.


질량은 공간을 휘게 하고, 속도가 빠르면 시간이 느려진다는 개념들은 정말 웬만한 상상력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 이래서 상상이 중요하구나. 흠. 아인슈타인 본인도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했으니 상상의 힘은 진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거였구나.



3


책 <모두를 움직이는 힘>을 읽고 상상력이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기업이 성공하려면 비전이 있어야 한다. 그 비전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데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더 좋은 것, 더 편리하고 매력적인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는 딱히 불편하지도 않았는데 기업들은 점점 더 편리한 아이템을 내놓는 것 같다. 나는 키보드 달린 작은 핸드폰에 만족했고, 손으로 택시를 불러 타는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날 커다란 화면의 아이폰이 나오고, 택시를 호출하면 바로 짚 앞에서 탑승할 수 있는 앱이 생기는 게 아니겠는가. 성공한 기업들은 늘 고객이 상상한 그 이상의 것을 내놓는다.


그래서 결론은, 성공한 기업들은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것. 매력적인 미래를 상상해야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고 그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내야만 성공할 수 있다.



4


기업에 비전이 있어야 하듯이, 우리 인생에도 비전이 필요하다. 내가 수립한 인생 비전은 어땠을까. 내가 상상했던 ‘미래’는 과연 창의적이었을까?


나는 많은 시간을 우왕좌왕하면서 살았다. 회사를 수없이 바꾸고, 직종도 매번 바뀌고, 뭐하나 제대로 경력을 쌓은 게 없이 나이만 먹어왔다. 그리고 지금도 답 없는 상황은 계속된다.


내가 생각해낸 미래의 내 모습들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다. 학원 강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치는 나, 취직해서 회계업무를 보는 나, 창업하여 공부 카페를 운영하는 나, 에그타르트를 만들어 파는 나. 이 모습들은 내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심장이 뛰지 않는다. 그래서 뭐든지 열심히 할 수가 없다. 빠져들지 않는다. 무언가에 빠져들어야 열심히 할게 아닌가.


이래서 상상력이 중요하다. 미래를 상상하는 능력, 인생을 재미있게 설계하는 능력 말이다. 매력적인 미래를 상상하지 못하니 뭐든지 흥이 안 날 수밖에. 상상이 문제야.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왜 나조차 감동할 수 없는 비전만 상상해내는지. 좀 창의적일 수는 없을까. 남다른 생활방식과 가치관을 갖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사실 어렸을 때는 꽤나 상상력이 좋았던 것 같다. 미래가 창창한 나이 때는 뭐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많기도 하니까.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게 많았던 나는 여러 갈래 미래들을 상상하며 그중에 어느 하나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근데 하나도 안 이뤄질 줄이야. 예상치 못한 결말 ㅠ


이제는 더 이상 어리지 않고 꿈꿀 수 있는 미래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나는 앞으로 다가올 40대, 50대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더 이상 젊지 않고, 체력적으로도 허약해지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머리가 백지처럼 하얗고 아무 생각이 없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는 롤모델이 많아서 참고할 수 있는 인생이 다양했다. 이제는 연예인도 유튜버도 SNS 인플루언서들까지 지금 막 성공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보다 젊은 사람이다. 자기보다 젊은 사람의 인생을 참고하기는 쉽지 않다. 왜 매력적인 사람은 다 젊은 사람일까? 정확히 말하면 왜 내가 부러워하고 닮고 싶은 사람은 다 연령대가 낮은 사람인가 말이다. 대략 난감. 나는 아직까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겠다. 롤모델로 삼을 수 있는 중년 캐릭터가 정말 없단 말인가?


롤모델이 없으면 상상력이라도 좋아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나 혼자서 매력적인 미래를 상상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무튼 결론은, 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는 것. 상상의 쓸모를  심각하게, 절절히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엄마의 트럭 사고를 생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