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배우며 바로바로 수업비 벌기

- 전각 혹은 손도장 3

by 오홍

3개월 취미반 과정이 끝나고 아쉬움이 들었지만 정식 강좌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문가반은 없었다. 거의 1회성 수업으로 3개월만 하고 끝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선생님께 전각을 더 배울 수 없겠냐고 물었더니 사람이 몇 명 되면 인사동 작업실에서 따로 전문가반 강의를 해 주시겠다고 했다.

전문가반이라니. 너무 거창하다. 3개월 동안 고작 문양 몇 개와 이름 두어개 판 게 전부였는데.

아무튼 인사동 낙원상가 쪽에 있는 선생님 작업실에 가서 계속 수업을 이어갔다. 처음 시작은 셋이었는데, 한 명은 사정으로 그만두고 둘이서만 수업을 듣다가 기존에 수업을 하던 분들과 합쳐서 일주일에 한번 인사동을 다니게 되었다.



선생님 작업실에서 하는 수업은 주로 스스로 파는 문양이나 이름을 설계해 오면 선생님이 봐 주시는 것으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수업보다 더 좋았던 건 전각협회 회원들의 전시회나 서예 전시회를 보러 다닌다는 점이었다.

많지 않은 수업비를 내면서 전각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했더니 다들 신기해했다. 손으로 돌을 어떻게 파는지 궁금해하면서 결과물을 보여주면 기존 봐왔던 도장과는 달라서 자신도 파 줄 수 있냐고 물었다. 부끄러운 실력이지만 누구보다 성심성의껏 열심히 팔 열정은 있었던지라 알음알음 주변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기 시작했고, 그렇게 어느 정도 수업비에 보탤 정도는 되었던 것 같다. 많은 취미가 수입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전각만큼은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본인이 조금만 노력하면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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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들의 부탁으로 만들어 준 도장이다. 이름 설계보다 측관 작업에 더 공을 들여 주객이 전도된 듯한 느낌도 든다.


전각을 할 때는 사실 돌을 파는 시간보다 돌을 가는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고 했는데, 파인 깊이만큼 돌을 모두 갈아내야 하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라고 느낄 때도 있다. 특히 양각은 선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을 많이 파 냈다가 실수를 하면 고행의 시간이 시작된다. 사실 돌을 파면서 집어 던지고 싶은 순간이 많으나 내가 잘못해서 실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수없이 돌을 돌리면서 ‘이건 내 잘못이다’를 되뇌이며 마음 수련을 하게 된다. 이 고비를 잘 넘기면 나중에는 돌 가는 일을 즐기게 되는 순간이 온다. 구두에 광택을 내듯, 거친 나뭇결을 다듬듯, 니트 보풀을 제거하듯 그럴 때 느끼는 묘한 쾌감을 돌을 갈면서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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