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부천 판타스틱영화제가 7월 8일 목요일부터 시작된다.
다니기 시작한 시점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 제8회쯤 되었을 거다. 처음에는 신기함에, 그리고 고어물을 비롯한 피가 낭자한 영화를 입맛에 맞게 골라 볼 수 있다는 특별함에 끌려서 매년 여름을 기다렸다. 당시만 해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꽤나 인기있는 영화제였다.
이벤트나 전시도 볼만 했고, 참신했다. 자원봉사를 하는 봉사자들이 맞춰 입은 티셔츠도 탐이 났고, 여러 장씩 붙은 공식 포스터도 몰래 떼 오고 싶을 정도로 애정하는 영화제였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마니아들만 부를 게 아니라 일반인들도 즐길 수 있는 영화제로 만들자고 작정이라도 한 듯 영화제의 성격이 흐리멍텅해지고 말았다. 패밀리 섹션을 따로 두고, 수위도 점점 내려갔다.
게다가 피판(PIFAN)이라는 이름도 부천의 영문 표기가 P에서 B로 바뀌면서 비판이 되었다.
이름 탓일까, 갈수록 비판적이 되어 간다. :(
어느 해는 좋다가 어느 해는 졸다가 어느 덧 15년 가까이 다니게 되었다. 점점 기대치는 떨어졌지만 마음 한켠으로 좋았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예매 오픈 시간만 되면 마음을 가다듬고 예매에 나섰다. 물론 상영시간표가 나오면 미리 볼 영화들을 찜해 두고, 1순위, 2순위까지 정해둔다. 나에게는 이미 연례 행사와도 같았기 때문에 매해 참석을 무슨 사명감마냥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몇 번의 영화제에 더 참석할 수 있을까?
심야 상영을 보고 동네 허름한 찜찔방에서 새벽을 맞은 날도 있고,
하루 4편의 강행군을 하면서 택시를 타고 이동하면서 가슴 졸인 적도 있었고,
비는 시간에 맥주 두어 잔을 마시고는 영화 중반부터 극한의 인내를 시험한 적도 있었다.
통쾌한 슬래셔 물에 온 관객의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오는 영화도 있는 반면,
다음 영화를 위한 숙면을 제공한 영화도 있었다.
늘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영화제인데, 올해 역시 연례행사처럼 서버가 다운.
나홍진 감독의 랑종 덕분인지 예매 시간 전부터 재부팅까지 해 가며 기다렸는데, 온갖 종류의 에러 메시지만 실컷 감상하고 1시간을 보내며 지쳐 나가떨어질 무렵 기적처럼 연결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쳐서 창을 닫은 모양인지. 그들의 포기를 기회로 예매를 시작했지만 1순위 영화는 모두 매진 상태였다. 그들은 어떻게 접속이 된 걸까?
영화제 관계자? 해커냐? 슈퍼 컴퓨터냐?
울화통이 터졌지만 누가 개근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올해도 참석 예정.
새벽, 망설이지 마, 킹 카. 3편이 영화와 미처 예매하지 못한 1시반 2시 타임은 느긋한 낮술을.
또 한 번 부질없는 기대를 해 본다.
-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