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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Oct 28. 2020

[엄마와 세번의 여행] 후쿠오카#2.모든 것이 좋았어

여행은 추억 그 자체다


처음이라 모든 게 좋았어


  최근 엄마에게 우리의 지난 여행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하며 지난 후쿠오카 여행이 어땠었냐고 물었다. 첫번째 해외 여행에서 돌아온 지 5년이 지난 시점의 질문이었다. 내 물음에 엄마는 처음 가는 해외여행이었기에 모든 게 좋았었다고 답했다. 특히 거창한 것이 아닌 사소한 것들이 엄마의 기억에 깊게 남아있다고 했다. 다자이후 신사로 가는 길 꼭 사지는 않더라도 작은 점포들을 둘러보며 구경했던 일, 내가 검색해둔 초밥집을 찾아가며 본 평범한 주택가의 모습, 화사하게 핀 벚나무 아래에서 찍은 사진 한 장. 돌이켜보면 엄마와의 여행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다시 사소한 것들에 함께 추억을 새길 수 있는 기회였다.


  친구와 함께 여행을 할 때는 같이 지도를 찾아보며 갈 길을 정하고 일정을 짰지만 엄마와의 여행에서는 나 혼자 길을 찾고 식당을 정해 엄마에게 안내를 해야 했다. 문득 어느새 나와 엄마의 위치가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어릴 때는 신발 신는 법, 젓가락 쥐는 법과 같은 작은 것 하나까지 엄마가 알려줬을텐데 어느새 바뀐 시간 속에 어른이 된 내가 엄마에게 알려줘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 


  엄마와 함께 한 여행에서 내가 개인적으로 정한 테마는 ‘벚꽃’이었다. 후쿠오카는 평균적으로 부산보다 개화시기가 빠르다. 우리가 여행을 가는 시기는 운이 좋으면 만개한 꽃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안 후 매일 인스타그램으로 ‘오호리공원’, ‘후쿠오카벚꽃’태그를 일본어로 검색하며 현지인들이 올린 사진을 보며 개화 상황을 확인했다. 일본에는 한국과 다른 스타일의 벚나무들을 볼 수 있었고 그런 풍경을 엄마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그 시기 나의 주요 관심사는 살면서 한 번도 주목하지 않았던 후쿠오카의 만개 시기였다. 

  

  나는 벚꽃의 개화에 집착하며 꽃이 핀 장소를 찾아본다 여행 전에 바빴지만, 실상 엄마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장소들은 화려한 곳이 아닌 소박한 곳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하는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대부분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보거나 쉬기 위한 목적을 갖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나의 지난 모든 여행들을 되돌아보면 여행은 함께했던 사람과의 추억 그 자체였다. 누군가와 그렇게 하루 종일 나의 모든 일정을 함께 한다는 건 여행이 아니면 힘들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은 공간에서 머물며 같은 곳을 보고 같은 것에 집중한다는 것, 이는 생각보다 엄청 더 어마어마한 경험이다. 내가 철이 들고 난 후 엄마와 이렇게 하루의 시작부터 끝까지 함께 보낸 건 기억나지 않을 만큼 오랜만의 일이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서른에 처음 가진 엄마와의 해외여행은 엄마를 위한다는 명분이었으나 결국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나의 첫 후쿠오카 여행의 동행자는 친구도 연인도 아닌 엄마였다. 나는 후쿠오카라는 단어만 들어도 엄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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