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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Dec 30. 2020

#10.[전업주부의일상] 어쩌면 코로나는 나에게

모두가 멈췄던 2020년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았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꾸준히 잘 다녔고, 나만의 시간이 온전히 생겼다면 나는 지금  2020년을 만족하며 마무리하고 있을까? 


  올해는 참 많은 사람들이 힘들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로 인해 나의 올해 계획은 꽤 틀어졌다. 아이의 어린이집 입학이 연기됐고 코로나가 심해질 때마다 가정보육을 했다. 높은 경쟁을 뚫고 수강신청에 성공한 수업은 폐강되었다. 긴장감으로 하나씩 준비한 나의 선생님으로서의 첫 수업도 코로나 때문에 취소됐다. 아이가 어린이집에만 가면 나의 시간을 찾아 알차게 보내겠다는 나의 2020년 계획은 뒤로 미뤄졌고 아이와 집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한 해가 가득 찼다.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기도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어쩌면 나는 세상의 멈춤을 불평하면서도 마음 한편으로 이런 상황에 안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생긴 후 몇 년 간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만 보내고 있다.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도태되는 나와 달리 주변 사람들과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같아 마음이 위축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는 나를 포함한 모든 세상을 멈추게 했다. 올해는 크게 이룬 게 없더라도 코로나 핑계를 대면 많은 것이 용납된다. 많은 것들이 멈춘 세상 속에서 그나마 몇 개의 수업을 듣고 브런치를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잘 지냈다는 생각이 든다. 


  코로나로 인해 생계가 힘들어진 사람들을 생각하면 나의 안도감이 조심스럽고 미안하게 느껴진다. 다가오는 2021년은 나의 멈춤도, 세상의 멈춤도 끝나 그동안의 멈춤이 도약으로 발돋움하는 시간이 되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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