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전업주부의일상] 아이를 연인처럼 대하기

관심만큼 변하는 아이

by 겨울햇살

한동안 육아 권태기가 찾아왔다.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힘들어 차라리 일을 하러 나가면 괜찮아질까라는 생각도 했다. 일을 해서 절대적으로 아이를 보는 시간이 줄어든다면 짧은 시간을 소중하게 여겨 아이에 대한 내 마음이 더 커질까 싶어서였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에도 권태기는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 아이가 나를 불러도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 후 내 할 일만 했고 함께 놀아 달라는 부탁에도 옆에 앉아 있을 뿐 내 눈은 핸드폰 화면만 향했다. 그 당시에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버거웠다. 한동안 사라졌던 우울감이 다시 찾아오는 기분이었다.

나의 붕 뜬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아이는 삐뚤어졌다. 씻기 싫다 소리 지르고 옷을 갈아입기 싫다며 도망 다녔다. 소리를 지르는 때가 많아졌고 나와 남편이 먼저 잠든 척을 하면 자기와 놀아주지 않는다며 자기 전 훌쩍거리며 울기도 했다. 엉엉 우는 게 아닌 슬픈 장면이라도 본 듯 훌쩍거리는 아이의 울음소리는 더욱 애처로웠다. 아이의 고집이 심해질수록 나는 한숨 쉬는 일이 늘었다.


괴로운 마음에 조금이라도 돌파구를 찾을까 싶어 육아 관련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오은영 박사의 강의도 들으러 가고 육아 관련 유튜브도 찾아봤다. 그리고 남편이 한 이야기가 내 마음에 콕 들어왔다.


아이와 함께 있어도 봐주지 않는 건 연인 앞에서 핸드폰만 보고 있는 거랑 같은 거 아니겠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 옆에 있어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음을 느끼는 것은 얼마나 큰 상실감일까. 아이가 원하지만 내겐 버거웠던 것, 그건 함께 눈을 마주치고 작은 행동에 반응하며 상호작용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다시 마음을 먹고 아이에게 좀 더 반응해 주기 시작했다. 같이 놀아 달라고 할 때 핸드폰을 치우고 옆에서 반응을 보여주고 아이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줬다. 그러자 며칠 만에 아이는 변했다. 여전히 고집은 남아있지만 다시 씻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고 미리 정한 약속을 순순히 따르기도 했다.


아이를 변화시킨 다는 건 결국 내가 변해야 한다는 걸 육아를 시작하고 처음 느꼈다. 의식주만 해결해주면 되었던 영아시절이 끝나고 이제 자신의 생각이 자라나는 유아가 된 나의 아이는 세상의 많은 것들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타인의 감정을 읽기 시작했고 자신을 혼내면 토라지기도 한다. 앞으로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노력은 연인을 대하듯 아이를 살피고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더 어린 시절부터 매일 답이 정해진 대화를 한다.


“oo 이는 엄마의?”

“보! 율!(보물)”


살다가 힘든 날이 올 때 오늘을 기억하며 너와 나 서로의 보물이 되어 이겨 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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