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전업주부의일상] 인간관계의 유지는 양방향
삼십 대가 되어 다시 겪는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내가 좋아하는 모임이 있다. 첫 회사를 다니며 친해진 또래 모임으로 나를 포함한 여자 4명이 모임의 구성원이다. 거의 십 년이 다 되도록 모임은 유지되고 있고, 학교가 아닌 사회에서 만난 사람과의 인연이 이렇게 이어진다는 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이라 생각한다. 초반에는 회사 이야기가 우리의 주요 화제였고 회사를 그만두고 각자 재취업, 결혼, 출산을 겪으며 이야기의 화제와 관심사는 달라졌지만 그래도 꽤 잘 맞는다고 생각하며 모임을 유지해왔다. 다만 네 명 중 세 명은 좀 더 성향이 비슷하고 한 명은 조금 다른 성향을 갖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셋의 대화가 더 많았고 한 명은 듣고만 있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는 단톡 방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느 날 그 한 명이 일이 있어 단톡 방을 나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개인적으로 연락해달라고 했다. 이후 개인적인 연락을 통해 그동안의 우리 사이에서 소외감이 많이 쌓여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동안 내가 그 아이를 대했던 행동들을 반추하니 미안함이 몰려왔다. 한 명이 나간 단톡 방에선 예전처럼 활발하게 이야기가 오가지 않게 됐다. 우리 넷의 사이를 유지하는데 알게 모르게 그 아이의 몫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일을 겪으며 나는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그간 소외감을 찾아왔을 그 아이의 마음, 그리고 나는 내가 우리들 사이를 위해 노력하고 배려한다 생각했는데 모두들 자기와 맞지 않는 면들을 감수하며 우리 사이를 유지하고 있었겠구나.
나는 사람과 만날 때 내가 상대방을 좀 더 많이 배려해왔다고 생각했다. 만날 시간, 장소, 먹는 음식 등 내 주장보다는 상대방에게 맞춰주려 했다. 연락이 드문 친구에게 연락해 만남을 만들며 이러한 내 노력이 있기에 우리의 사이가 유지된다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방도 나에게 맞춰 배려해 주는 것이 많았을 것이다. 대화를 하며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쳐주고 공감해 주는 정신적인 친구의 위로가 만남 뒤 돌아오는 마음과 발걸음을 가볍게 해 줬다.
요즘 부쩍 아이는 자신에게 소홀한 상태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함께 놀아주다 핸드폰이라도 보면 더 심하게 같이 놀자고 떼쓰고 무관심이 지속되면 울기도 한다. 설거지를 할 테니 기다려 달라고 하면 중간중간 계속 내 옆에 와 설거지를 다 했냐고 물어본다. 내가 아이를 위해 하는 수고로움만 생각했는데 이제 아이가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도 생기고 있다. 나만 일방적인 사랑을 쏟는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아이 또한 나에게 맞춰주고 있구나란 생각이 든다. 먼 훗날 나이가 들어서도 함께 시내 한 바퀴 돌고 칼국수 한 그릇 먹으며 지난 이야기를 나누는 친구 사이가 되기 위해 좀 더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