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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Feb 22. 2021

#11.[전업주부의일상] 어머니, 혹시 일하시나요?

전업주부는 어린이집 보내면 안 되나요?

코로나로 인한 긴급 보육 기간 동안 아이의 어린이집에선 학부모들에게 미리 등원 수요조사를 했다. 등원하는 아이들의 수에 따라 선생님들의 출근을 조정하기 위해서다. 나는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교육을 듣기 위해 긴급 보육을 신청했고, 교육이 끝난 후에도 개인적인 공부를 하기 위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이번 주에도 긴급 보육을 신청을 했다가, 뒤늦게 다가올 새 학기를 위한 어린이집 재정비 기간이 있다는 공지를 알게 됐다.   


  ‘어머니, 혹시 일하세요?’


  아이의 등원을 도와주고 어린이집 문을 나서는데 선생님이 물어왔다. 이번 주 새 학기 준비를 위한 대청소가 있다는 말을 꺼내며 일을 안 하시면 가정 보육을 해주실 수 있으시냐고 물어온다. 공지를 알게 된 후 재정비 기간 동안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신청서를 수정했는데 아직 선생님이 확인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 기간 동안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고 별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세탁기를 돌리고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선생님의 물음이 다시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일을 안 하면 아이를 집에서 봐야 하는 건가? 초, 중, 고등학교는 엄마가 일을 안 해도 당연히 등교가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왜 어린이집은 엄마가 일을 안 하면 원의 사정에 따라 가정보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육아는 어린아이를 키우는 전업주부에게 무엇보다 우선시되는 업무임엔 틀림없다. 사실 내가 전업주부를 선택한 것도 아이가 필요할 때 있어주기 위함이 크다. 많은 전업주부들은 육아를 가장 큰 가치 선상에 놓고 아이를 위해 사회적 활동을 포기하고 집에 머문다. 아이가 무엇보다 우선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가능한 범위 내에서 나를 위한 시간을 갖고 싶다는 욕심을 버릴 순 없다. 아이를 위해 전업주부의 시간을 보내지만 아이만을 목적으로 내 모든 것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전업주부의 개인 시간은 내가 챙기지 않으면 아무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매일 깨끗한 집을 유지하려면 아이가 없는 시간을 거의 청소에만 투자해야 한다. 솔직히 나는 먼지 하나 없는 깨끗한 집을 포기하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며 나의 시간을 가지려 애쓴다. 지금 내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건 매 끼의 식사와 사랑을 표현하며 놀아주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갖는 부모로서의 궁극적인 목표는 아이의 생각이 자랐을 때 바른 가치관과 세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심어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내 공부가 필요하다. 회사원이 회사를 다니며 자기 개발을 하면 대단한 일로 받아들이지만, 전업주부가 자기 개발을 하겠다고 하면 본업을 내팽겨친다는 시선을 받는다.


  잠깐의 가정보육이 뭐 그리 큰 대수냐 싶지만 전업주부는 무조건 아이를 봐야 한다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코로나로 인한 긴급 보육을 두고 워킹맘과 전업주부 사이의 설전은 끊이지 않는다. 워킹맘에 비하면 아이의 등원에 선택지가 있지만 무조건 아이와 함께 있는 것만이 옳다고 결론 내리고 싶지 않다. 아이가 내 세상의 전부가 아니듯 아이에게도 나와 함께 있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라 생각한다. 일의 여부를 떠나 부모가 선택한다면 아이 돌봄 제도가 당연시 여겨졌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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