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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Dec 16. 2021

#12.[전업주부의일상] 사랑의 첫 이름

사랑=엄마

나의 4살 아이는 엄마 바라기다.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언제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마’를 외친다. 무조건 엄마다. 아이의 대답이 반복될수록 나는 물음에 빠진다. 사랑은 무엇일까? 나에게 사랑은 무엇이지?     


아이에게 ‘사랑은 무슨 기분이야?’라고 물으니 ‘좋아하는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사랑을 정확하게 정의할 수 없지만 세상에 태어나 엄마로부터 처음 받은 이 느낌들이 아이가 평생 품고 갈 사랑이겠구나. 지금 아이에게 사랑이란 오롯이 엄마로부터 느끼는 감정들의 총합체이겠지. 어린 시절 양육자의 애정이 중요하다는 게 이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말로 표현할 순 없지만 느껴지는 애정 담긴 눈길, 배려, 표현이 아이가 가진 사랑의 첫 이름이 되어 마음에 새겨질 것이다.     


지난달 아이는 뜬금없는 순간 ‘엄마, 나에게 사랑해 사랑해 많이 말해줘.’라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요즘 생각이 날 때마다 ‘사랑해’라고 말하며 아이와 눈을 마주치거나 꼭 안아준다. 지금이 아니면 이렇게 표현을 못할 것 같아서 사랑을 표현하는 순간 나의 마음도 물렁해진다.     


나는 어린 시절 불타오르는 감정이 진짜 사랑의 필수요소라 생각했다. 그래서 잔잔한 물결 같은 연애를 할 때 권태를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상대방의 애정에 의심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아이를 사랑하며 지속적이고 잔잔한 사랑의 감정을 익혀간다.(물론 아이가 말을 안 들을 때는 마음속에 폭풍이 몰아치지만) 연애 시절 나의 표정만으로 내 감정을 읽던 남편의 모습에 놀라움을 느꼈는데 이제 내가 아이의 표정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아이를 통해 사랑을 다시 배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나는 또 아이를 낳을까? 솔직히 쉽게 ‘예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낳는 순간부터 내가 갖게 된 인생의 무게는 쉬운 것이 아니기에. 하지만 그래도 너와 함께 한 순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다면 고민에 고민을 더하다 결국 다시 아이를 선택할 것 같다. 너는 내가 잊고 있던 사랑의 이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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