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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Feb 27. 2022

#13.[주부의일상] 다름을 받아줘서 고마워

나를 나로 있게해준 사람

나와 남편은 약 3년간의 연애 후 결혼했다. 알고 지낸 건 4년이 앞섰지만 그 기간 동안 서로의 성격을 파악했다거나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다. 둘 다 싸움은 싫어하는 성격이고 ‘내가 참는 게 낫다’, ‘사람은 바꿀 수 없다’라는 기본 마음가짐이 같아 연애를 하는 동안 크게 다툰 적이 없었다. 그건 결혼을 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우리 둘은 닮은 점이 참 많다 생각하며 결혼했는데 함께 살다 보니 다른 점들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좀 더 예민한 남편이 그냥 나를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고 포기할 부분은 포기하고 살고 있다는 게 우리 사이의 정설이다.    


 최근 새로운 일을 시작하며 동업자와 트러블이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일의 방향이었지만 마음을 상하게 한 건 상황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였다. 감정이 중요한 나는 사람을 대하는 상대방의 태도에 상처받았고, 일의 합리적인 진행이 우선인 상대방은 속도가 맞지 않아 갑갑해했다. 나의 답답함을 남편에게 토로하니 중립적인 대답을 준다. 남편은 보통 내가 전하는 일상 속의 화제들에 대해 바른말을 해서 내 마음을 갑갑하게 하는 일이 종종 있다. 내가 남편에게 말을 꺼내는 이유는 단지 감정에 동조해주길 바라는데 너무나도 바른말을 하면 괜히 내가 너무나 속물 같고 논리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을 받아 속상할 때도 있다. 예전 ‘응답하라 1994’ 페인트와 매연에 대한 여자의 마음을 이야기한 에피소드에 ‘지금은 환기가 필요하니 잠시 담배 냄새를 참고 문을 여는 게 좋을 것 같아.’라는 대답을 듣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이번 상황에서 남편의 대답을 들으며 남편이 동업자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는 점과 더불어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나랑 맞춰가며 살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다 이게 사랑의 힘인가라는 조금은 황당하고 나에 맞춘 결론을 마음속으로 내렸다. 감정적인 나를 받아들이고, 속상해 보이는 다음 날에는 신경 못써줘서 미안하다는 연락을 보내고, 기념일마다 작은 선물을 챙기는 마음. 남편이 연애시절 항상 자기는 뚝배기 같은 사람이 되겠다고 했는데 열이 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온기가 남아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간의 일을 곱씹어 보며 남편에게 이런 나랑 잘 살아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나를 바꾸려 하지도, 크게 지적하지도 않고(사실 가끔 하긴 했지만 안 했다고 봐줄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줘서 고마워.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되어 <전업주부의 일상>에서 <주부의 일상>으로 제목을 수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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