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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Apr 12. 2022

#14.[주부의일상] 유치원 반모임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지난주 아이의 유치원 반모임이 있었다. 올해 처음 유치원에 입학한 아이의 반 학부모들이 모여 앞으로 진행될 유치원의 교육 사항과 세부 일정을 전달받는 시간이었다. 주말에 수업이 있어 나 대신 남편-왜 나 대신이라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이 갈까 하다가 결국 시간이 조정되며 내가 갈 수 있는 형편이 됐다. 


23명 정원의 아이 반 학부모 중 18명이 참여했고, 모두 엄마였다. 남편이 나 대신 왔으면 조금은 뻘쭘했을 수도 있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은 대부분 꽤나 신경 쓴 모습이었다. 반모임의 시작은 '아이 소개'였다. 선생님은 '누구의 엄마고,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인지 소개해주세요.'란 부탁을 했고 한 명씩 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OO이의 엄마고, 우리 OO이는 사람을 좋아하고 밝은 아이랍니다. 한 해 동안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식의 소개가 이어졌다. 아이가 평소 자주 말했던 반 친구의 엄마가 이야기를 하면 한 번 더 눈길이 갔다. 여러 엄마들의 소개를 들으며 우리 아이와 친한 아이의 엄마인지, 겉모습을 통해 나와 성향이 맞는 엄마일지 속으로 평가했다. 아마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 차례가 되자 모두 한 번에 나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져 순간 움찔했다. 알게 모르게 평가받는 느낌이었다. 


자기소개 및 유치원 일정 안내에 대한 소개로 채워진 한 시간은 약간은 지루하게 흘러갔다. 반모임이 끝나고 몇몇의 엄마들은 이야기를 나누며 번호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난 정해진 수업 시간을 맞추기 위해 모임이 끝나자마자 콜택시를 불러 다음 장소로 넘어갔다.




아이를 위해 모인 시간이었지만 그 속에 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는 길이 공허했다. 유치원 모인 약 20명의 사람들을 통해 다른 아이의 정보 말고 내가 알게 된 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인터넷 동호회 정모를 하는 느낌이 들었다.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할 뿐 개인적 이야기는 없는 마니아 모임에 참석한 아이디 'ㅇㅇ엄마'가 된 기분.  아이의 이름과 함께 내가 아이를 키우며 중요하게 여기는 것 정도라도 말했다면 상대방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아이로 인해 알게 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스쳐 지나가는 인연 속 나와 마음이 맞을 한 명의 사람을 찾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기 쉽지가 않다.  괜히 마음을 줬다가 상처받는 일도 생기기에 쉽게 다가가는 것도 망설여진다. 여럿이 우르르 몰려다니다 서로 마음이 상해 등 돌리는 경우도 종종 보기 때문에 아이로 인해 맺는 관계의 허무함을 경험하기도 전에 알고 있다. 아이로 인해 만나는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기장 기본값은 상대방의 아이와 내 아이의 성향이 맞을까이다. 지독히도 계산적인 샘이 깔려있는 관계는 마음을 외롭게 만든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게 답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하지만 그래도 나와 마음이 맞는 우연과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여전히 내 욕심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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