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일기] #4. 화내지 않는 어른 되기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 선생님이 되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고 나에겐 작은 철학이 생겼다. 내가 남의 아이를 가르칠 때도, 내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길 때도 아이를 엄하게 다루는 방식은 선택권에서 제외하겠다는 결심이다. 이 선택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나는 ‘화’ 혹은 ‘엄한 방식’으로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는다. ‘화’로 아이들을 누르는 건 가장 쉬운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요즘 그런 선생님과 교육기관은 잘 없긴 하지만 말이다.)
꾸준히 내 수업을 듣는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있다. 처음엔 적응을 하느라 적당히 눈치를 살피더니 내가 엄한 스타일이 아니란 걸 알고 본래 가진 성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수업 시간에 칭얼거리기도 하고 자기 뜻대로 되지 않으면 계속 선생님을 찾으며 도움을 청한다. 주변 아이들이 불편해하기 때문에 잘못된 행동을 할 때마다 지적하지만 아이의 행동은 고쳐지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들은 한 마디의 말로도 잘못된 행동이 고쳐지는데 이 아이는 지적을 당하면 그 지적당한 자신이 무안해서 더 오버하여 행동하는 경향이 있었다. 어느 날은 정말 차라리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로 화가 났다. 하지만 화를 꾹꾹 누르며 아이에게 ‘잘할 수 있는데 왜 하지 않느냐, 잘해보자’라고 반복해서 말하고 마지막엔 ‘네가 하는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어라’는 말을 전했다. 그래도 나의 마음이 약간은 전해졌는지 그날 이후로 조금씩은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가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는 이유는 한 가지다. 아이들에게 일이 내 맘대로 되지 않을 때 타인에게 화를 내는 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인생이나 내 인생에서 서로는 잠시 스쳐가는 인연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쌓여가는 작은 인연 속에서 서로를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는 경우도 있고 부정적으로 끌고 가는 경우도 있다.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기운을 받으면 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걸 즐거워하며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 한 명의 그럭저럭 괜찮은 어른으로서 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지식의 시간은 짧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었고 자신의 어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는지는 더 길게 기억에 남으리라 믿는다.
이런 내 마음은 아마 소수의 아이들과 함께 짧은 시간 수업하고 학부모의 영향이 큰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내게 주어진 상황 속에서 나는 내가 가진 신념을 지키고 싶다. 화를 내지 않고 아이들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수업을 알차게 준비해서 틈이 없게 만들어야 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방식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말을 안 듣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수업의 주제를 찾아보고, 그리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위해 게임의 방식을 선택하기도 한다. 시간이 좀 더 걸리는 방식이지만 그래도 내 심성에는 이게 맞고 더 편하다. 지금까지 만난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을까? 잠시 스쳐간 찰나의 인연이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하는 시간이 즐거웠길 그리고 즐겁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