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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Jul 04. 2022

[선생님 일기]#3. 아이를 위한다는 잘못된 생각

여행지가 중요하지 않은 아이들


  초등 저학년 토요일 수업의 경우 아이들이 수업에 종종 빠질 때가 있다. 아이들의 결석 사유 중 반 정도는 가족 여행이다. 결석했던 아이를 다음 주에 만나면 어떤 일이 있었냐고 꼭 물어보는 편이다. 여행을 갔다 온 아이에게는 어디에 갔다 왔냐고 장소를 물어보는데 신기하게도 지금까지 장소를 대답한 아이가 한 명도 없었다. (제주도 정도는 기억하지만 ‘제주도’라는 걸 기억하지 제주도의 어디를 갔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캠핑을 갔다 왔는데 어디인진 모르겠어요.”


“펜션을 갔다 왔는데 장소는 몰라요.”     


 장소는 기억하지 못해도 아이들에게 가족 여행은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유행이었다. 내 주변을 봐도 주로 괌, 다낭, 세부, 오키나와 등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곳들을 아이와 함께 많이 갔다. 여행의 이유는 다양했다. 이유의 반은 어른을 위해서, 반은 아이를 위해서였다.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다양한 여행의 이유 속 아이를 위한 것이 주목적이라면 여행 장소보다는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에 무게를 두는 게 진짜 아이를 위한 여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긴 시간을 지겹게 운전해 가는 멋진 장소보다 짧은 시간 안에 갔다 올 수 있는 동네 숲이 아이에겐 더 좋은 장소일 수도 있다. 남편의 경우 어린 시절 전국 곳곳을 부모님이 다 데리고 다니셨다는데 정작 기억하는 것은 어두운 밤 겨우 찾은 민박집, 잠시 차를 세워 두고 코펠을 이용해 가족과 함께 라면을 끓여먹었던 기억뿐이다. 아이에게는 보여주기 식 여행이 아니라 아이의 체력 범위 내에 무리하지 않고 즐겁게 즐길 거리가 있는 장소 선정이 중요하다. 여행 장소의 선택의 범위는 아이가 자랄수록 점점 더 넓어질 것이다.     


 아이들을 만나며 나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본다. 아이를 위한다는 어른의 선택이 어디까지가 맞는 것일까? 멋진 여행 장소를 선택하고 무리하여 실행하는 것은 누군가에게 자랑할 한 장의 사진을 남기기 위한 어른의 욕심이 아닐까. 아이를 어른의 의견에만 따르는 존재가 아니라 아이가 가진 의견을 반영하여 결정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생긴 후 어려운 결정을 내릴 때 선택의 기준이 하나 늘었다. 만약 내 아이였다면 어떤 선택을 하길 바랄까.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 행동을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나의 모습을 아이가 보며 앞으로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중요히 여기며 살길 바란다. 나의 아이를 비롯해 내가 수업을 하며 만나는 아이에게 나는 한 명의 어른 모델이다.  아이에게 하는 나의 행동이 작지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생각한다. 아이에게 무턱대고 화내지 않고, 참고 기다려 주며, 이유를 들며 설득하는 것. 힘으로 누르지 않고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른으로서 나의 모습이 아이들에게 투영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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