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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Apr 21. 2022

[선생님일기]#2. 재미있는 게 최고!

1시간보다 24시간이 좋은 이유

수업을 준비하며 아이들과 함께 할 간단한 밸런스 게임을 준비했다. 결정에 관한 그림책을 읽고 나는 어떤 결정을 어떤 기준으로 내리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준비한 활동이었다. 밸런스 게임 중 이런 문제가 있었다.


"지루한 1시간 비행 여행 vs 즐거운 24시간 비행 여행"



양자택일의 선택의 기로에서 어른이라면 대부분 1시간 비행을 선택할 것이다. 긴 비행시간은 허리도 아프고, 기내 공기도 갑갑하고, 하루 휴가를 더 내야 하는 복잡한 사항들이 많이 엮인다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면서. 난 아이들도 당연히 짧은 비행을 선택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만난 모든 아이들은 후자를 선택했다.


"선생님 이건 너무 쉬운 거 아니에요? 당연히 재밌는 거죠."


초등 저학년이든 고학년이든 선택은 바뀌지 않았다. 처음 아이의 대답을 들었을 땐 어디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다. 아,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구나.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딜레마에 빠질 때가 있다. 이것저것 가르쳐주고 싶어 잔뜩 준비해 가도 아이들이 이해를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 정도로 반응이 없을 때가 있다. 반면 이건 유치해서 좋아하겠어라며 준비한 수업은 반응이 좋을 때가 있다. 작년 초등 2-4학년을 대상으로 20회가 넘는 수업을 끝내고 아이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물었다. 아이들이 고른 책은 아마 학부모가 봤을 땐 우리 아이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만한 수준의 책이었다. 흥미로운 캐릭터가 많이 나오는 책 혹은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어른이 나오는 책이었다.


수업을 준비하며 내가 학교 선생님도 아니고 아이들이 입시 공부를 기대하고 오는 것도 아닌데 뭐라도 하나 가르쳐 보내야 한다는 사명감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가 있다. 수업 시간에 할 내용을 꽉꽉 채우고 학부모가 봤을 때 우리 애가 이런 것도 배웠어라며 감탄할만한 수업을 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에게 다시 물어본다. 내가 아이의 마음에 남기고 싶은 건 무엇일까?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그 책이 바탕이 되는 재밌는 추억들을 쌓아 어른이 되어 회상할 때 그 기분으로 미소 짓게 되면 좋은 거 아닐까. 아이들은 놀면서 배운다는 말을 함께 수업을 하며 새삼 느낀다. 언제나 재미를 잃지 않는 어른이 되어 아이들을 만나야지.


그래도 얘들아, 좀 떠들지 말고 자리에 앉아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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