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자아 찾기] 도망쳐야 할 사람
나와 맞지 않은 사람과의 결말
올해 초부터 계속 문제가 됐던 동업자와의 관계를 정리했다. 마지막까지 서로 다른 사람임을 확인했고, 예상보다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관계가 흘러갔다. 태어나 처음 겪는 서로에게 뾰족한 언쟁을 통해 상대방의 바닥까지 보고 나니 잘 지내보려던 마지막 한 조각의 마음까지 자연스레 정리됐다. 동업자는 마지막까지 자의가 아닌 타인의 오해로 인해 함께 일을 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것 같지만, 한 명의 성인으로서 일에 대한 의사 결정권을 다른 사람 탓으로 귀결시키는 태도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다.
내가 상처를 받은 만큼 그 사람도 상처를 받았으리라 추측한다. 마지막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건 상대방이 내 생각보다 나에게 더 호감이 컸다는 사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쌓아온 그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완전 등을 돌리게 됐다는 점이었다. 서로에게 신뢰를 쌓아가는 과정이 너무 다른 두 사람이었다.
이전의 일은 제쳐놓더라도 마지막에 주고받은 날 선 대화만으로도 나는 이미 상대방에게 손을 들고 말았다. 내가 뱉은 여러 말 중에 한 단어의 꼬투리를 잡고 늘어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여태껏 살며 보지 못한 유형의 사람이었다. 이런 대화를 통해 얻는 게 뭐냐는 나의 질문에 받은 답변은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도무지 내 상식선에 들어오지 않는 사람. 그간 이해하려 시도했던 나의 노력들이 방향을 잘못 잡은 행동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지난날의 대화와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쏟은 노력들이 후회로 다가올 정도였다. 언쟁이 있었던 날, 새벽에 깨서 한참을 잠들지 못했다. 내가 왜 그런 모욕적인 언사들을 대꾸 없이 들었던 건지에 대한 후회도 컸다. 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잠결에 유튜브를 켜서 ‘이해하기 힘든 사람’과 같은 키워드를 검색했다. 예전부터 분쟁이 생길 때마다 하는 나의 습관과 같은 행동이었다.
며칠간 상황을 정리하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기 위해 심리학 책을 찾아보고 정신의학자들의 유튜브를 보았다. 그러던 중 한 정신의학자의 설명 중 그 동업자와 너무 유사한 예시가 있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다 생각한 사람이 이론적으로 분류가 가능한 사람이란 걸 알고 나니 마음을 좀 더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런 유형의 사람은 ‘결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도망쳐야 하는 사람’이라는 답을 얻었다.
이전의 행동들을 곱씹어보는 행위는 괴롭긴 했지만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여태까지 이런 사람을 만나지 않았던 운에 감사하고 회복 탄력성이 있는 상황에서 이런 일을 겪었음을 다행이라 여기기로 했다. 그리고 더 이상 그 사람에 대해 생각하지 않기로 결론 내렸다. 이를 계기로 내 주변의 나와 합이 맞는 사람을 좀 더 소중히 여기자란 마음이 단단해졌다.
살면서 노력을 해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일 년이었다. 다른 상황에서 서로를 만났다면 좀 더 좋은 인연이 되었을까란 가정을 세워보지만 이미 돌이킬 수 없이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렸다. 사건의 여파로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 회의감을 느끼게 됐다. 새롭게 알게 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기보다 인연이 닿으면 다시 만날 기회가 생기겠지란 생각을 가지며 커피 한 잔 제안하지 않는 방어적인 내 모습을 보며 아직 남아있는 후유증을 발견한다.
많은 상처를 남겼지만 타인으로 인해 나를 다시 돌아보고 앞으로의 인간관계에 대해 좀 더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모든 일에는 한 면만 있는 게 아니란 걸 새삼 다시 느낀다. 다가올 만남들은 부디 좀 더 나와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 행운이 따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