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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햇살 May 10. 2022

[30대의 자아찾기] 그냥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겠죠?

인간관계의 어려움

다시 동업자와 트러블이 생겼다. 갈등의 발단은 두 달 전과 같다.      


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상대방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대로 유지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상대방은 지금처럼 끌고 나가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한다.

나는 감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생각하는 부분을 상대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다.     


나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머릿속은 딜레마에 빠진다. 내가 문제인 걸까? 상대방의 말이 바른 길인데 내가 그걸 따라가 주지 못하는 걸까? 그러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데. 그냥 나랑 안 맞는 사람이구나. 나를 의심하게 하는 사람은 나와 맞지 않는 것이고 그 사람에겐 내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과 사람으로 만났을 때 좋았을 사이가 일로 만나 어긋나니 마음이 쓰리다     



사람과 일을 대하는 나의 기본적인 마인드 값은 ‘그럴 수도 있지’다. 그렇기에 일로 만난 사이든 친분으로 만난 사이든 상대방의 행동에 크게 토를 달지 않고 모든 걸 이해하려 한다. 이런 점이 스스로를 갉아먹기도 하지만 그렇게 행동하는 편이 나에게 편하다. 하지만 동업자의 기본 마인드 값은 ‘아닌 건 짚고 풀어야 한다’이다. 내 기준으로는 유연하게 흘러갈 수 있는 일도 동업자 기준에선 멈춰 선다. ‘이건 아니다’라고 말하는 부분이 내 기준에선 너무 많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은 여러 명의 동업자가 있다. 문제는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그럴 수도 있지’라는 성향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비극의 시작이 됐다는 점이다. 난 각자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생각하지만 동업자는 가능한 모든 일을 똑같이 해내길 바란다.      


답이 없는 논쟁이다. 누가 옳고 그르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차이로 인해 서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고 눈치를 보게 된다. 눈치를 보고 상대방에게 어떤 말이 나올지 노심초사하는 전체의 분위기는 이미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다. 나는 이렇게라도 맞춰가고자 했지만 동업자는 이렇게 간다면 폐업이 맞다고 한다.     

동업자의 시선이 현실적이고 냉정한 판단일 수도 있다. 그래도 마음은 아쉬움에 울렁인다. 일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사람이 더 어렵다. 외부의 사람도 아닌 내부의 사람이 더 힘들다. 이래서 많은 동업자들이 등을 지고 심할 경우 소송까지 하구나 싶다.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사람과 함께 같은 일을 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너무 동업을 쉽게 생각했고 서로를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일을 시작한 점이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결국 들고일어났다.      


버티고 싶다는 나의 마음은 포기로 돌아선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원망도 생긴다. 내 잘못이 뭔가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상대방이 많이 힘들었음을 이해하려 노력했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느꼈을만한 감정을 나에게 이입해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상대방이 자신의 힘듦을 이유로 들며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가려는 모습이 보였다. 본인은 협상 혹은 타협의 방법이라 생각하겠지만 내가 느낄 때는 통제의 방식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나의 잘못인 걸까, 상대방의 잘못인 걸까. 고민을 하다 돌아오는 답은 결국 우린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다를 뿐 아니라 서로를 받아들이기 힘든 사람. 잡고 가려던 노력을 이제 놓아볼까 싶다. 서로에게 더 이상의 상처가 되지 않도록. 그 사람이 나에게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내가 더 나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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