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공부를 하면서 사업주가 사망했을 때, 기업도 상속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 저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요. 기업은 인적.물적 자원의 공동체(결합체)라는데, 물건은 소유권의 대상이 될 것이므로 상속될 수 있다 해도, 인간관계인 근로계약관계가 어떻게 상속될 수 있을까? 또, 기업의 초기에는 사업주의 자본이 가장 많이 투자되었을 것이므로 기업을 '사업주의 것'이라 할 수 있다 해도, 인적.물적 결합체인 기업이 성장했을 때에는 그 속의 인적자원인 근로자의 역할 또한 컸을텐데, 기업을 '사업주만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은 노동상담을 할 때 가끔 보게 되는 주식회사 대표이사의 무책임성 앞에 더 커지게 됩니다.
기업이 상속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라는 제 질문이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제목을 만났을 때, 저는 이 책이 제 의문에 답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김상봉 님은 개인회사는 사업주의 소유라고 생각하시므로 저와 생각이 좀 다르기는 했지만, 법인회사에 대한 김상봉 님의 설명과 질문들 속에서는 꽤 많은 의문들의 답을 듣기도 했어요.
임금이 체불된 근로자들, 법인회사의 노동자들은 화를 내며 물어요. 법인 앞으로 된 재산이 하나도 없는데, 이렇게 임금이 체불되면 그럼 우리는 어떻게 그 돈을 다 받을 수 있냐고. 체당금으로 보전되지 않는 임금과 퇴직금은 어떻게 해야 하냐고. 장기근속자일수록 그 동안 쌓인 퇴직금은 크고, 회사의 부도나 폐업으로 인해 입는 손해는 클 수 밖에 없어요. 대표이사는 얼마 되지도 않는 벌금만 내면 끝이고, 우리는 대체 어디서 이 돈을 받을 수 있냐고 노동자들은 묻습니다.
가끔 일 하는 사람이 단 1명, 혹은 2,3명에 불과한데도 주식회사의 (주)자를 달고 있는 회사를 봅니다. 회사를 운영할 때는 경영권을 소리 높이다가, 회사를 접을 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무책임의 극치.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경영권에 대한 의문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노동자의 노동3권을 제약하거나 노동3권과 대립하는 자본가의 경영권은 과연 실체가 있는 것일까요?
경영권의 실체성을 인정하는 학자들은 경영권은 헌법의 재산권과 직업(행사)의자유에 의해 보장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인적,물적자원의 결합체(공동체)인 기업이 소유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며, 특히나 '그 누구의 것도 아닌' 법인회사에서 소유권과 재산권을 근거로 사업주의 경영권을 인정하는 것도 의문입니다. 만약 경영권이 헌법상 재산권과 직업(행사)의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면, 이는 법인의 경영권이 사업주만의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공통의 것, 기업 일반의 것, 기업 공용의 것이 되어야 함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요?
책의 말미는 지나치게 관념적인 논의들로 빠지기는 했지만, 경영학,법학,철학 등 다양한 학문적 설명들을 통해 법인회사의 무책임성과 경영권, 자유와 소유에 대한 사고들을 깊게 해주고 확장시켜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