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Q. 우리 회사는 빨간날에 쉬긴 하지만 모두 연차로 대체하고 연차를 쓸 수 있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입사할 때는 월급액만 확인했지 계약서를 제대로 보지 못했고 일하고 있는 중에도 취업규칙은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채용공고에는 빨간날 다 쉰다고 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근무조건, 따르기만 해야 하나요?
A.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을 시작할 때 월급과 휴일 정도만 확인하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가 의무가 된 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회사가 많아졌지만 서명만 부랴부랴하고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많구요. 하지만 일단 싸인을 한 이상 합의한 근무조건은 노사양쪽 모두 지켜야 합니다. 단,
그 내용이 법에서 정한 최저조건보다 낮거나 법을 위반하고 있다거나
차별적인 내용이라면
무효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근무조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근무조건을 제대로 알기 위해 꼭 챙겨봐야할 문서 3가지를 살펴보고 넘어갑시다.
첫째, 근로계약서
둘째, 취업규칙
셋째, 단체협약
입니다. 위 세 서류는 우리가 일을 할 때 노사 모두 지켜야할 근무조건과 회사의 규율이 적혀있는 문서들입니다. 집을 사고팔거나 빌릴 때 쓴 계약서가 중요한 만큼 위 세 서류도 일을 한다면 꼭 알아두고 숙지해야할 중요한 문서들입니다.
세 문서의 가장 큰 차이점 중 하나는 누가, 어떤 절차를 거쳐 만들거나 바꾸는가 하는 점입니다.
근로계약서는 사장과 노동자, 즉 1:1의 관계에서 싸인을 하죠. 따라서 상대적으로 약한 지위에 있는 노동자로선 취업을 위해 서명할 수 밖에 없고 따를 수 밖에 없는 불리한 면이 있습니다.
취업규칙은 회사 내 근무조건과 규율을 적어놓은 일체의 문서들입니다. 제목이 '취업규칙'이 아니더라도 근무조건 등이 적혀있고 따라야할 문서라면 취업규칙이 될 수 있습니다. 또 문서로 명시되어 있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지켜져온 관행이라면 이 또한 취업규칙이 될 수 있습니다. 보통 인사규정, 보수규정 등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잠깐! 취업규칙은 10인(사장 빼고) 이상 일하는 회사라면 작성과 신고가 의무입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곳에 비치하는 게 의무이지만 잘 지키지 않고 있죠. 모두 과태료 대상입니다. 회사에서 취업규칙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엔 관할 노동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여 받아보는 방법도 있습니다.
http://m.open.go.kr/mobile/index.do
취업규칙은 처음 만들거나 내용을 바꿀 때엔 노동자 과반이상의 의견을 들어야합니다. 불리한 내용으로 바꿀 때엔 노동자 과반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많은 회사들이 연명으로 서명을 받는 절차로 이를 대신하고 있는데 잘못된 방법입니다. 1:1 관계인 근로계약서와 달리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은 1(사장):다수(노동자)의 관계를 규율하는 문서입니다.
따라서 바꾸려는 취업규칙의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가 반드시 있어야하고,
회사관리자등이 없는 상태에서 노동자들이 의견을 나눌 기회가 있어야합니다. 이후 동의방식은 집단적인 동의절차를 거쳐야하구요.
이렇게 변경되지 않은 취업규칙은 무효이며 따를 이유가 없습니다. 단, 변경 후 신규입사한 노동자의 경우엔 따라야합니다.
단체협약은 회사와 노동조합 간에 근무조건이나 노동조합활동에 관한 내용에 대해 합의한 문서입니다. 일반적으로 회사가 제시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할 수 밖에 없는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비해 노사가 서로 대등한 위치에서 그 내용을 합의하여 정하기 때문에 세 문서 중 가장 힘이 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