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운 삶에 대하여

한국의 기차역에서 외국의 냄새가 났다

by 힘빼자

금요일 오후 1시의 오송역.

내가 10년 동안 좋아했던 배우의 연극을 보러 가는 길이었다.

출장 때문에 자주 가던 서울행 열차길이었지만 그날은 유독 느낌이 달랐다.

마치 해외여행할 때 외국의 기차역에서 맡았던, 이것은 외국에서만 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느꼈던 외국의 고유한 냄새가 한국의 오송역에서 났기 때문이다.


20250214_133801.jpg


나는 그 즉시 냄새의 출처를 찾기 시작했다.

기차 선로에서 나는 냄새일까? 겨울바람에서 불어오는 냄새일까? 오후 1시의 적막 속에서 나는 냄새일까?

만약 그런 것이라면 평소에 출장을 갈 때에도 이 냄새를 한번쯤은 맡았어야 했는데,

나는 왜 지금 이 냄새의 존재를 처음 느낀 것일까?


나는 대학생 때 부모님 몰래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 1년 간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여행했었다.

해외에서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이 좋았던 나는 30대가 된 지금도 종종 해외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평범하고 끝이 정해진 것처럼 보이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서 낯선 언어로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자유롭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해외로 다시 나가야지만 자유를 느낄 수 있고 해외에서만 그 특유의 냄새를 다시 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는 해외라는 공간 자체보다 내가 가고 싶은 곳을 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었던,

내가 잠깐 머물렀던 자유의 시공간을 갈망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저멀리 어딘가의 무지개를 찾으러 오즈로 떠났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도로시처럼,

내가 그토록 원했던 자유는 바로 내 옆에 있었던 건 아닐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인생에 여행이 필요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