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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Aug 19. 2023

Oakland Public Library

미국공공도서관에서는 매일매일 상상을 초월하는 일들이 벌어진다. 한참 시절의 마이클 조던도 이길 수 있는 점프력을 가진 이용객이 순식간에 사서들 책상 위로 뛰어 올라가 사서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부끄러움 많아 보이는 십 대 청소년의 품 속에서 총기가 발견되어 모두를 경악하게 하는가 한편, 자칭 전직 교수라는 이용객이 두서없이 던지는 끝없는 무료강의에 귀에서 피가 흐를 것 같은 불편함도 경험해야 한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와 직원들은 무섭다. 사각사각 연필소리, 또각또각 발걸음 소리, 웅웅 복사기 소음이 잔잔히 차오른 조용한 공간에서 일하게 될 줄 알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일하는 공간은 그런 공간과는 멀어도 너무 먼 곳에 있기 때문이다.  아마 대학도서관이나 기업도서관에서는 이런 환경에서 일하는 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은 다르다. 방점이 도서관이 아닌 “공공”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방점이 공공에 찍혔다는 것은 공공도서관은 모두에게 공개된 장소라는 뜻이다. 게다가 이 장소는 무료로 제공된다. 미국에서 이용객이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몇 시간이고 앉아있다 갈 수 있는 마지막 장소로 공공도서관이 남았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고, 상상도 못 해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공공도서관이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이용객들이 폭력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독특하고 기억에 남는 이용객들도 만난다. 매일 매일 도서관이 폐관하기 오 분 전에 허둥지둥 들어와 서가에서 아무 책이나 뽑아 들고는 복사를 시작하는 카피맨, 사서들에게 사람을 죽이는 건 범죄가 되느냐는 둥 섬뜩한 질문을 퍼붓고는 도서관 밖으로 나가 평온한 얼굴로 동네 비둘기를 먹이고 있는 버드맨, 도서관 전체에 큰소리로 "하우아유두인"이라며 걸쭉한 텍사스 사투리로 자신의 등장을 알리며 입장하는 미스터 윌슨, 커다란 스티커를 달라며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자기 마음에 드는 사이즈의 스티커가 나올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귀여운 소녀 릴리까지. 각자의 삶을 이야기로 쓰면 각각의 책이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사람들이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매일 내게 찾아온다.

 

이제 미국 공공 도서관에서 일한 지도 9년 차에 접어든다. 혼자만 알고 킥킥 거리고 아껴두기에는 너무 아까운 얘기도 많고, 혼자만 알고 마음이 따뜻해 지기엔 누군가와 응당 나누어 그 따뜻함을 전하고 싶은 얘기도 많고, 혼자만 알고 담고 있기엔 너무 무서워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고 짐의 무게를 덜고 싶은 이야기도 참 많다.


그간 차곡차곡 쌓아놓은 이야기들이 세상으로 나가 웃음이 되길, 따뜻함이 되길, 위로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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