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2.42166 ZAUNER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읽는다. 같은 책을 읽어도 다른 결론을 내거나 다른 감상을 가지는 이유다.
보통 나는 책을 읽을 때 내 감정을 숨기고 지은이의 감정을 따라가며 책을 읽는다. 왜 스스로 생각하거나 스스로의 감정을 내세우지 않는가. 주입식 교육의 폐해라 해도 어쩔 수 없고, 적극적이지 못하다거나 게으른 것 아니냐 해도 어쩔 수 없지만. 게다가 네가 따라갔다는 그 감정이 정말 지은이의 것이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말할 자신도 없지만. 내가 책을 읽는 방식이 그렇다는 거다.
아무튼, 그래서 독서 감상문을 쓰라면 쓰겠지만, 서평을 하라면 움찔하게 된다는 말이다. 어떤 책이든 감정적으로 대하기 때문에 그렇고, 어떤 책이든 느낌적인 느낌만 가지고 읽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좀 대하기 쉬운 장르가 분명 있다. 줄곧 논픽션만 읽다가 픽션을 다시 읽기 시작했을 때 아... 이 편안한 느낌 좋네. 했던 것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힘들이지 않고 무언가를 읽고 있는데서 오는 좋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Crying in H mart는 아직은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은이 미셀의 한국인 엄마 정미를 향한 그리움을 담은 책 (memoir)이다. 책 전반에 진득 진득한 그리움의 감정이 넘쳐나고, 섬뜻 섬뜻한 외로움이 사무친다. 엄마에 대한 사랑이, 후회가, 기억이 가득한 책이다.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지은이인 미셀만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책을 읽어보면 알게 되지만, 이 책에는 독자를 고려한 흔적이 없다.
지은이는 자신의 엄마의 삶을, 엄마의 죽음을 하나하나 되짚어 본다. 그녀와 그녀의 엄마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일들이 책 속에 빼곡히 기록되어 있다. 누군가가 그녀의 독자로 고려되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이 세상에서 그녀와 함께 할 수 없는 그녀의 엄마, 정미, 딱 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엄마를 향한 그녀의 독백. 스스로를 위한 그녀의 독백은 위로로 완성되었고, 독백 속에서 고려되지 않았던 나 같은 독자에게 와 마음에 생생한 흔적을 남기는 이야기가 되었다.
엄마가 죽는다면 내지는 엄마인 내가 죽는다면.으로 시작하는 문장의 뒤에 따라오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실제로 완성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 하지만 그 문장이 결국에는 완성되고야 말 것이라는 피할 수 없는 유한함 앞에서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게 되는 책.
남의 이야기이지만, 나의 이야기가 되는 책. 눈물을 그렁그렁 머금은 채 책장을 덮게 되는 책. 독서감상문은 그럭저럭 쓸 수 있다고 시작했지만, 함부로 쓸 수 있겠는가 라는 질문으로 마치게 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