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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나뮤나 Sep 22. 2023

엄마 콩나물이 시시하다고?눈물의 닭다리를 안먹어보셨구만

나를 키워낸 엄마의 음식은 하나같이 평범하다. 특이할 것 없고,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그 소소함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자식인 내가 성인이 되고도 한참이 지나도록 그 소소함을 소소함으로만 대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엄마의 힘이다. 소소함이 위대하게, 평범한 것이 비범하게 느껴지는 지금, 소박한 매일의 밥상을 대하는 나는 감사함으로 충만해진다. 작은 것을 작게 대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을 내게 선물해 준 엄마에게 고마울 뿐이다.  



엄마는 까만 콩을 사다가 시루에 넣고 그걸 길러서 콩나물 무침을 해주셨다.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들리는 조르륵 조르륵 콩나물시루에서 물 빠지는 소리는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청아하다. 콩나물시루에서 자라는 콩나물을 보면 사람이 꽉 찬 공간을 어째서 콩나물시루에 비유하는지 절로 이해가 된다.  



잘 자란 콩나물들을 시루에서 뽑아낸다. 억세 지지 않게, 좀 짧다 싶을 때 뽑아내는 게 중요하다. 콩나물 대가리를 다듬고 빛이 통하지 않는 검은색 비닐봉지에 보관한다. 그래야지 콩나물이 자라서 초록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아 주고 부드러운 식감의 콩나물 무침을 만들 수 있다.   



잘 손질한 콩나물을 흐르는 차가운 물에 씻는다. 너무 박박 씻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 씻은 콩나물은 체에 밭쳐 물을 뺀다.  



냄비 바닥이 잠길 정도의 소량의 물을 사용해 데치듯이 콩나물을 삼는다. 냄비 뚜껑을 닫으면 콩 특유의 비린내가 나기 때문에 뚜껑은 사용하지 않는다. 콩나물 줄기의 색이 투명해질 때쯤 불에서 내리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콩나물 무침에 들어갈 파를 준비한다. 누구는 식감 때문에 콩나물 무침에는 파의 하얀 부분만 사용한다지만, 위든 아래든 골고루 먹어야 된다는 주의인 엄마는 파의 위, 아래를 모두 사용한다. 파, 마늘, 깨 간 것, 소금을 넣고 콩나물을 무쳐 준다.


쉽게, 대강 만들어 낸 엄마의 콩나물. 콩나물시루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자란 콩나물. 엄마만 만들 줄 아는 엄마의 콩나물이다.  


집에서 만드는 요리는 그렇다. 얼마를 언제 넣는다라고 규격화된 요리법이 없다. 엄마 음식도 그렇다. 몇 번 먹어보고 대강 하다 보면 된다는 식이다. 입으로 기억하는 맛을 손으로 구현해 내는 우리네 조리법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법을 통해 대를 물려 온 요리법들이 “집밥”이 된다. 대강, 쉽게. 이 두 단어가 요리법의 “비결”이 될 정도로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한국 집밥이 완성된다. 그러니 집밥은 맛있을 수밖에 없다.  


photo credit : Kyungbae Jeon


뜬금없는 닭다리는 무슨 소린가 싶다면...

https://brunch.co.kr/@yj10004ok/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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