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저나뮤나 Jun 07. 2024

총이 있어요 (2)

도서관 극한직업 (3.2)

남자아이는 도서관 구석구석을 쥐 잡듯 훑고 있었다. 불안해 보이기는 했지만 가이드라인에 위반되는 행동은 아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눈으로 아이를 좇고 있었다. 두 시간이 넘게 도서관을 훑던 아이가 갑자기 뛰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재빠르게 문밖으로 사라졌다.


< 두 번째 이야기 >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별 일이 다 있다는 얘기를 나눴다.


오분쯤 지났을까 무장을 한 경찰들이 도서관에 들이닥쳤다. 경찰들은 누군가를 찾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을 머릿속에 다 주워 담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잠시 후 일차수색을 마친 경찰이 사서들 책상으로 다가왔다.


"전화가 한통 왔습니다. 신고자 자신이 도서관에 있는데, 총과 폭탄을 가지고 있다면서요, 혹시 수상한 사람 보지 못했나요?"


수상한 사람 보지 못했냐고? 봤다. 게다가 그 수상한 사람은 자신이 총을 가지고 있다고 우리 앞에서도 얘기했다. 수상한 사람은 하루종일 도서관에 있었다. 아이들 근처에도 보호자들 근처에도 사서들 근처에도 그 수상한 사람이 하루종일 머물러 있었다.


'총이라고? 폭탄은 또 뭐야...'


우리는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남자아이가 자신이 총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 도서관을 떠나기 전 서가를 얼마나 오랫동안 찬찬히 살폈는지 이야기했다.


경찰들은 그 남자아이를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 도서관에 들어올 때처럼 우르르 도서관을 빠져나갔다.


우리는 모두 할 말을 잊은 채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 서로의 안녕을 눈빛으로 묻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남자아이를 찾았습니다. 순순히 지시에 따랐고, 총기도 경찰에게 건넸습니다. 아이는 저희 팀과 함께 경찰서로 가는 중이고 저희는 아이가 말한 폭발물이 설치됐는지 찾기 위해 다시 돌아왔습니다."


다시 한번 할 말을 잃었다. 이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총을 찾았다고? 그러니까 그 아이가 했던 말이 다 사실이었다고?  폭발물이 있다고? 그러면 이것도 사실이라는 거야? 서가를 살피던 게 아니라 폭탄을 숨기는 거였어? 아니 우리 왜 다 여기 있는 거지?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안절부절못하지 못하던 아이의 불안한 모습이 떠올랐다.


"총이 있어요."


아이는 분명 자신이 총을 가지고 있노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선을 끝내 다잡지 못한 아이는 자신의 불안함과 불안정, 그리고 어쩌면 폭탄까지 우리에게 남기고 떠난 것이다.


이미지출처 : https://kr.123rf.com/

매거진의 이전글 총이 있어요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