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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꾸러미

삶, 맨발로 태어나 맨발로 돌아가는

by 정이안 Mar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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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에 들다





신던 신발 훌러덩 벗어던지고

묵묵부답 마구 찌르는 흙 위를

사람의 두 발이 걷는다


꿀 씹던 노랑나비 화들짝 비켜서고

도토리 입에 문 청설모는

나무 위를 네 발로 기어오른다


쪼그라든 한 여자 발바닥 앞에서

너무 매달려 아픈 팔 슬그머니 내려

메타세콰이어는 갈맷빛 양탄자를 깔고 있다


진흙에서 모레로 다시 자갈로

절름거리던 나의 맨발에게

더는 움츠러들지 말라는 잎들


산다는 것은 어쩌면 모두

맨발로 태어나 맨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쓸데없이 웃어도 안된다고

왁자하니, 응원하는 뭇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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