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모르 파티

나뭇꾼은 휘파람을 불며 하산 중

by 정이안

아모르 파티




산토끼 고라니가 낸 산길을

짝잃은 나뭇꾼인척 오른다


수런거리는 잡목 사이로

살랑거리는 바람이 지나가고

그 뒤를 발자국 꾹꾹 찍으며

나 겅충겅충 걷는다


남루하게 늙어가기 싫다는

나무와 풀의 대화를 엿듣는다


예고없이 불어 온 바람도

웃음으로 화답하는 법을

산길에서 배운다


운명을 껴않으려 했던 산 짐승인 나

얼마간 고통도 적막도

버릴것 없는 삶의 근육이라 믿는다


이 순간을 사랑해야 하리라며

하산 중인 나뭇꾼은

휘파람을 분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