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리운 참새 방앗간

도돌이표 같았던 소녀

by 정이안

그리운 참새 방앗간





물동이 들고 줄 서던 오솔길 모퉁이

아낙들 입방아가 떡을 찧는다


산모롱이 돌기를 여러 번

고사리손이 퍼 온 물 붓고 또 부어도

두꺼비 숨긴 물항아리 속은 너무 깊었다


빗금 치는 노을 등에 지고

고샅길 들머리에서 헤매다가

책상에 앉아 두꺼운 책 펴놓아도

설화는 해독되지 않는다


도돌이표 같았던 소녀는

벌레를 입에 문 참새가 되어

출렁거리는 옛이야기를 쓰고 또 지운다


흔적 없어진 옹달샘을

바가지로 벅벅 긁다가

앞뒤로 뒤뚱거리는 물지게에 떠밀린다


할머니 따뱅이인듯

머리 위에 얹은 낮달에서

뱅뱅 추억이 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