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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집

발톱으로 긁어 터트리는 부스럼

by 정이안

길고양이 집




훔쳐갈 것도 보태줄 것도 없는

빈집 방에 들겠다고

감나무를 지나

이웃집 담벼락을 건너

날렵한 걸음으로 먼지 낀 창문을 밀치는 비


불어대는 난풍의 갈피에

더러는 미끄러지고 더러는 매달리다 지쳐

버릴거 다 버리고

여기까지 왔다는 봄비


식구들 뿔뿔이 다 떠나고 없는 빈집에 와서

기다림을 동여맨 혼절한 육신이

식어버린 구들장을 적신다


타올랐으니 달아올랐던 연인들이

토닥거리며 지나갈 때

빈집 울타리 과수나무들

발톱으로 긁어 터트리는 부스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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